역시 간호협회였다.

그동안 간호 인력난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패널 형식으로 산발적인 참여는 했으나 직접 주관해서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낸지 오래됐던 대한간호협회가 ‘한방’을 보여줬다.

간호협회는 최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간호사 수급 불균형 해소 및 지원방안 토론회’를 개회했다.

이날 토론회는 고질적인 간호사 부족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고 갔는데 토론 내용과 별개로 화제가 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발 디딜 틈 없이 토론회장에 운집한 간호사들과 간호대 학생들로, 주최 측 추산 약 1200명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토론회장에 입장하지 못한 약 400여 명의 인원은 미리 준비해온 방석에 착석해 모니터로 토론을 지켜봤다.

최근 열린 간호협회 주관 국회토론회에 운집한 수많은 간호사, 간호 대학생들.

이쯤 되면 ‘장관’, ‘진풍경’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사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간호사와 관련된 과거 토론회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특히 간호사 인력문제가 주제일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심지어 현재 간호협회의 주장과 상반되는, 간호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발언을 하는 토론자나 발제자들에게는 동원(?)된 간호사들의 야유 소리가 선물로 주어질 정도.

이를 의식한 듯 간호협회는 현장에서 ‘토론회 중 토론자의 발언에 대해 손뼉을 칠 수는 있으나 본인과 의견이 다르다고 환호성 또는 야유는 자제해 성숙한 토론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의 문구를 담은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의료계의 여러 집단이 자신들의 목소리와 요구 사항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도구는 다양하다.

언론이 될 수도 있고, 근거를 갖춘 통계 데이터가 될 수도 있고, 정부 관계자 및 국회의원들과의 대담 일 수도 있고, 이번 토론회처럼 집단행동 일 수도 있다.

각각의 방법에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간호협회가 가진 여러 가지 무기 중 으뜸은 바로 이번과 같은 규모의 ‘한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세가 때로는 해당 단체가 내고자 하는 목소리의 팩트를 희석시키는 역효과를 보일 때가 있다.

현재 간호인력난으로 의료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에 다양한 해결책 중 간호협회가 주장하는 내용이 가장 설득력을 갖춰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1200명이나 되는 인원의 단체 행동은 마치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 조심해라’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

소위 ‘쪽수’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게 되면 진정으로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이번처럼 공개된 토론회에서 논의하기가 곤란해진다.

물론 그런 의도는 없었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남의 얘기는 듣지 않는 집단’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고 내가 듣고 싶은 얘기만 들을 수는 없다. 이미 간호사가 의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알 사람들은 다 안다.

간호협회가 원하는 간호사와 국민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으려면 ‘위세’ 만큼 진짜 ‘세’질 때가 왔다.

토론에 참석한 한 패널이 “최근 의사협회 회장도 단식하고 한의사협회 회장도 단신하고 약사회 회장은 엎드리기까지 했는데 간호협회 회장님도 단식하실 예정이 있으신지?”라고 말한 뼈 있는 한마디가 단순히 웃자고 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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