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의료인화' 놓고 양쪽 협회 '찬-반' 100만 서명 대립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들의 직역 갈등이 야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 회장 홍옥녀)는 최근 ‘치과간호조무사비상대책위원회 제2차 긴급회의’를 열고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저지와 간무사 법적 업무보장 및 치과병원 치위생사의 간호업무 수행 근절 등을 위한 ‘100만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달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이하 치위협, 회장 문경숙)가 온라인 서명운동 사이트를 열고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관한 의료법 개정 ‘100만 대국민 서명운동’의 맞대응 차원이다.

당시 치위협은 의료법상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업무역할과 체계는 정립돼 있지만 치과 분야의 경우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진료실 내 함께 일하는 치과 전문 인력임에도 치과의사는 의료법, 치과위생사는 의료기사법으로 각각 분리 규정돼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치위협은 “국민들의 구강건강에 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비해 치과 분야에서는 인력 간 업무의 범위와 역할이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서명 운동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치과위생사들의 이같은 주장에 간호조무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치과위생사 및 치과근무 간호조무사의 법적 업무를 재정립해야 하는 일이지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의기법 시행령 개정(시행일: 2013.05.17.)에 따라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제거 업무 등은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간호 인력과 치과위생사가 수행했으나 치과위생사의 업무로 규정됐다.

이로 인해 치과위생사는 의기법 시행령에서 정한 업무 외에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고 간호조무사 또한 의기법을 위반하는 일이 있어 서로 간에 범법행위를 하고 있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실제 간무협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6177개 가량의 치과의료기관 중 5391개 치과의원에는 간호조무사가 없고 3418개 치과의원에는 치과위생사가 없어 두 직종간의 업무가 혼재돼 있다.

간무협 관계자는 “치과위생사를 의료인으로 편입해도 치과 인력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간호인력 업무와 중복된다는 더 큰 맹점이 있다”며 “치과위생사가 의료인화 된다면 치과 간호조무사의 역할 및 입지가 대폭 축소돼 자칫 치과위생사의 보조 인력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즉,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가 아닌 치과현실을 반영한 치과위생사 및 치과간무사의 법적 업무 재정립을 통해 직종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고 법적 지위가 확고해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호 업무의 일부 수행이 가능토록 하는 법령 개정이 우선이라는게 간무협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약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가 이뤄진다면 다른 직종들도 의료인 편입을 모두 주장하게 될 것”이라며 “직능 간 밥 그릇 싸움이라는 그림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동안 상생의 길을 모색했지만 간무사의 생존권이 달린 만큼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관계단체인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과위생사협회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 받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치협 관계자는 “치과위생사협회 측에 의료인화의 정당성을 담은 설득 가능한 자료를 보내 달라고 했으나 아직 접수된 것은 없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치위협이 아닌 국회를 통해서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보다도 공식적인 질의를 요청한다면 검토 후 치과협회 차원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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