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라는 것은 무섭다. 사람 머릿속에 한번 고정된 생각이나 시선은 쉽사리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사실여부를 떠나 진원지 없는 헛소문들이 양산되게끔 만든다.

지난달 30일 지상파 방송사의 한 시사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잘못인가요?’라는 제목으로 서남의대 학생들이 처한 현실과 서남대 사태를 다뤘다.

충격적이고 참담했다.

서남의대 학생들은 전공 서적을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도서관은 물론 실습실과 장비조차 없는 상태였으며, 부속병원이 없어 교육협력병원인 명지병원에서 임상 실습을 받고 있으나 이 조차 계약이 만료되면 어떻게 될지 아무런 계획도 없는 상황.

하지만 서남의대 학생들이 당장의 불편함보다도 더욱 두려워하는 부분은 인수자 선정이나 폐교 등 소위 ‘어른’들의 결정이 반복적으로 미뤄지고 있어 하루하루를 불안함에 떨어야 하는 것과 ‘서남의대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혹여나 새겨지지 않을까’이다.

실제로 요 며칠간 서남대 사태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고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벌써부터 서남의대 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학벌세탁을 노리고 의대에 입학했다’느니 ‘서남의대를 나온 의사에게는 진료를 받지 않겠다’느니 하는 등 서남의대생들의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던져지는 편협한 의견들이 그것.

지난 10년간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휘둘리던 서남대가 폐교된다면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고 이는 현실화됐다.

여기에 편견으로 찬 시선까지 학생들이 감당해야 한다면 이 얼마나 가혹한가.

공중파에서 서남대 사태를 다룬 이틀 뒤 거짓말처럼 교육부는 '서남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두 곳을 반려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신중한 결정을 하기 위한 교육부의 내부 사정이 있었겠지만 서남의대생들이 바라던 것은 ‘빠른 결정’이었다.

이 ‘빠른 결정’이 늦어지면서 서남의대생들은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한 부푼 꿈에 씻기 힘든 상처를 이미 너무 많이 받아왔다.

이번 교육부의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서남대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한 시계는 이전보다는 빠르게 돌아갈 전망이다.

이 과정 속에서 ‘의대생’ 시절을 먼저 겪은 의료계 선배들이 서남의대생들을 위한 크고 작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지금보다 더 큰 도움을 줘야할 것이다.

미래 의료계를 책임질 서남의대생 후배들이 이제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서남의대생 후배들이 사회로부터 색안경 낀 시선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등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의료계가 서남의대생들의 상처를 치료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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