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시작된 자궁경부암 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이 지지부진하다는 내용(기사 : 2016년 10월 24일 자궁경부암 백신 NIP 접종률 '24.3%')의 취재를 진행할 당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호소한 내용은 다름 아닌 ‘루머의 확대 재생산’였다.

이들은 어디서부터 퍼지는지는 정확하게 짚어낼 순 없지만 백신이 예방효과가 확실하지 않고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가 특정 지역군과 연령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뭐 어쩌겠습니까. 예산 들여서 이미 하고 있는 홍보를 더 강화해 열심히 (접종을) 독려하고 교육부와 연계해 좀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네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선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만나서 물어봐도 “짐작은 가는데 확실친 않다. 요즘 젋은 엄마들 파워가 얼마나 무서운지 겪어보면 혀를 내두를 수준”이라는 귀띔도 있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고 기자도 짐작은 했지만, 당시에는 기자의 역량이 부족해 특정 단체 등이 백신 무용론을 생성‧확대시켜 국가 보건체계를 뒤흔든다는 프레임을 섣불리 내세우기 어려웠다.

그 당시 백신의 부작용과 무용론을 확대재생산했던 단체, 안아키(약안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는 결국 많은 논란을 일으킨채 5월 초에 폐쇄됐다.

그러나 안아키가 남긴 여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퍼져나가며 국가예방접종사업의 주요 실패 사례로 소개되는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젊은 엄마들의 일부는 백신과 의약품을 멀리 하고 자연치유를 맹신하고 있다.

‘내 아이는 남들보다 잘 키울거야’라는 마음과 ‘내 아이 키우기는 남들과는 달라’라는 생각 속에 트렌드처럼 가볍게 소비하고 추종했던 자연치유 만능주의.

과학과 역사가 ‘틀리다’라고 말하는 명제를 ‘다른거야’라는 접근으로 이해하고 실행했던 모든 행동들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생각한다면 아이 엄마들은 얼마나 가슴 찢어질 듯 후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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