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 통합…일정기간 분리' 타협점 찾을듯

내년 1월로 예정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통합·분리 논란에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으나, 여당인 민주당은 통합론이면서도 통합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분리론이면서도 이를 밀어붙일 명분과 표결에 확신을 갖지 못해 엉거주춤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본지 11월 16일자 참조〉

특히 한나라당은 최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교원 정년 연장 법안의 강행처리를 두고 '칼자루를 쥐긴 쥐었는데, 엉뚱한 곳에 휘둘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거대야당의 위력을 발휘하는 첫 데뷔작으로 이번 사안을 밀어붙인 것은 아무래도 전략적 오판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어 향후 건보재정 분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한나라당 내에서도 야당의 힘이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있는 만큼 숫자의 힘만을 믿고 밀어붙여 ‘거야의 횡포’란 비난을 살 경우에는 '거여(巨與)의 전횡’ 못지않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상식을 잊어버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여·야는 결국 건보재정 통합·분리라는 이 헤게모니를 일방적으로 표결처리 하기 보다는 한시적으로 통합을 유보하는 선에서 절충할 것이라는 전망이 국회 보건복지위 주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일단 겉으로는 '건보재정 통합은 지난 99년말 여야가 합의한 사항인데 야당이 이제와서 분리를 내세우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민주당)와 '재정통합은 건보재정파탄의 주원인인 만큼 분리할 수밖에 없다'(한나라당)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지난 25일 “여당에서 당분간 (건강보험 재정을) 분리상태로 가져가자는 안을 가져올 것 같다”며, “그렇게 될 경우 당장 분리를 법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절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이상수 총무도 최근 “건강보험 재정통합은 여야가 합의한 것이지만, 최근의 여러가지 어려움을 감안할 때 아직 (통합) 준비가 안됐다면 연기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절충안은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 잠수하는 바람에 건보 재정 통합·분리 논란은 아직 향배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재정분리를 당론으로 확정하긴 했어도 표결처리를 시도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고 당론과 달리 '통합 소신'을 견지하고 있는 김홍신 의원 때문에 표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부담이 있어 교원정년 연장안때와 달리 표결 강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복지위는 현재 한나라당 8석, 민주당 6석, 무소속 1석으로 한나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으나 무소속인 이한동 총리가 표결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김홍신 의원이 소신을 고집할 경우 7대 7 가부 동수로 야당측의 분리안이 부결되게 돼있다. 게다가 이 총리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야당안을 부결시키는 데 힘이 된다면 국회에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도 겉으로는 재정통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으나 '준비안된 의약분업'의 악몽을 의식,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재정통합은 무리라며 통합하되 시행을 일정기간 연기하자는 절충론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