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환자 마약성진통제·항생제 의존 연명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연구보고
'말기암 환자나 그 보호자의 상당수가 마약성진통제에 의지하더라도 안락사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암 환자의 60% 이상이 임종을 집에서 맞이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많은 수의 환자가 생명연장 치료를 받지 않고 있어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가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는 최근 대한암학회지에 발표한 '말기암 환자의 의미없는 치료중단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가치관 차이'란 연구논문을 통해 "고통받는 기간만을 연장시키는 의미없는 치료는 중단돼야 하며 의료진과 환자!보호자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 결정을 위해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진행기 또는 말기 암환자 42명의 담당전공의와 설문에 응한 37명의 보호자와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사용과 치료중단, 의사!보호자의 가치관 등을 분석했다.

우선 보호자 모두가 환자의 질환을 알고 있었던 반면, 환자의 78%(32명)가 본인의 암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진행기와 말기 등 정확한 병기인지의 경우에는 환자의 8.1%(3명)만이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말기암 환자의 생명유지장치 사용에 대한 의료진과 보호자간의 의견 일치율에서는 *마약성진통제(94.4%) 사용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항생제(83.3%), 정맥 영양공급(80.6%), 경관 영양공급(75%), 혈액투석(50%), 심폐소생술(45.7%), 안락사(42.9%), 인공호흡기(37.1%) 순으로 나타나 환자의 고통기간 연장의 의미가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 안락사 수용여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의사와 보호자 양측의 42%(15명/35명)가 안락사 수용과 불가라는 같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의료진의 8명, 보호자는 16명이 '안락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여 의료현장에서의 안락사 수용은 아직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허대석 교수는 "국내 암환자의 60% 이상이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도 넓은 의미의 부작위에 의한 소극적 안락사로 해석될 수 있다"며 "말기암 환자에서 의미있는 삶이 아닌 고통받는 기간을 연장시키는 의미없는 치료는 중단돼야 하며 이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주장은 최근 의협 의사윤리지침 공포에 따른 안락사 논쟁의 재연 조짐과 맞물려 일선에서 암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임상의사에 의해 제기됐다는 면에서 연명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의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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