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위기는 수입이 지출 못따랐기 때문”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26일 차흥봉, 최선정 두 전직 복지부장관을 증인으로, 김종대 前 기획관리실장을 참고인으로 각각 출석시켜 건강보험 재정파탄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차 前장관은 “의약분업을 시행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시 의약분업 시행을 연기하거나 보류했으면 영원히 의약분업을 못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차 前장관은 특히 “의약분업을 2∼3년 연기하는 것보다 그 당시 실시한 것이 나았다고 판단한다”며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그 당시 시행을 안 했다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의약분업을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약분업 및 보험 통합에 따른 재정 예측을 잘못한 것은 시인하나 의약분업은 잘했다”고 밝히고 “송재성 국장의 징계는 가슴아프게 생각하며, 정책적인 문제를 공무원이 책임지게 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차 전장관은 이어 "입법과정에서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정책의 책임은 정부가 져야하며, 행정의 책임은 행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차 전장관은 답변에 앞서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어 주무장관으로 큰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한다"고 말하고 "법 개정을 매끄럽게 하지 못해 사과하며 앞으로 의약분업이 점진적으로 정착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선정 前장관은 “건강보험재정 위기를 초래한 것은 보험료 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수입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데다 의약분업으로 인한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최 前장관은 “우리나라 보험료율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지난 5년간 지출은 매년 18.5%씩 늘어난 반면, 수입은 매년 14.5%밖에 증가하지 않았으며 특히 선거가 있으면 급여를 늘리게 돼있어 재정적자가 계속 심화됐다”고 밝혔다.

최 前장관은 또 “기본적으로 모든 서비스는 제값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의료만 싸게 받으려 한다”며, “그러므로 한번 진찰할 것을 두 번 진찰하고, 약가마진을 챙기게 되며, 비급여 진료 형태를 취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장은 원가가 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망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前장관은 이어 “그래서 이판에 모든 의료 경영질서를 바로잡자는 생각에서 실거래가상환제, 의약분업, 상대가치 평가제, 의약품 유통개혁 등을 하나하나 바로잡자고 생각했으나 그 과정에서 역부족으로 부작용이 일었고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다”고 밝혔다.

최 前장관은 특히 “분업을 실시하지 않았어도 보험제도의 취약성 때문에 재정악화는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문제였다”며 “보험재정은 수요와 지출이 맞아야 하며 분업실시로 지출요인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보험료 인상은 제한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참고인으로 나온 김종대 前기획관리실장(경산대 교수)은 “의료보험통합으로 수입이 줄고 분업실시와 수가인상으로 지출이 증가하여 재정이 악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前실장은 이어 “만성적 적자구조를 안고 있는 보험체계하에서 통합으로 보험료부과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고 주민들의 의견절차가 무시되어 보험료를 적기에 인상하지 않아 수입이 감소했으며, 분업실시와 건보수가로 지출이 증가되어 재정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김 前실장은 또 자신은 20년간 재정통합문제를 반대했으며 이로 인해 직권면직당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봉민 교수는 의약분업은 재정위기를 앞당겼으며, 이미 2002년 이후에는 재정파탄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현행 의료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은 보험료 문제 뿐 아니라 급여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재성 前 연금보험국장은 징계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김용익 교수는 “의약분업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하나 나는 의약분업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준비는 어느 것보다도 제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의약분업이 보험 등과 연결이 많이 되어 있는데 초기에 관계한 사람으로서 그 부분에 생각이 부족했음을 시인한다”고 답변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일천 前 보험국장은 공직에서 물러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일이므로 묻지 말라. 정권이 바뀌었으니 그만두라고 해서 나왔다”고 답변했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보건복지위 국감 주요 증인신문(訊問) 내역.

▲의약분업을 시행하면 건보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는=“지난 99년에는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을 실시해도 건강보험 재정문제가 현재와 같이 심각해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겠으나 의약분업이 점진적으로 정착돼 국민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차흥봉 前장관)

▲대통령은 속았다고 하는데 허위보고를 한 게 아니냐=건보재정 전망이 이처럼 심각할지 몰랐기 때문에 재정의 심각성을 따로 보고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은 담당부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차 前장관)

▲의보통합을 반대한 김종대 실장을 직권면직한 사유는=후배가 상위직급에 앉으면 선배가 용퇴하는 게 행정부의 관례라서 복지부 산하단체에 자리를 만들어 김 실장을 모시려 했으나 본인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차 前장관)

▲후배가 차관으로 승진하니 갑자기 태도를 바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의보통합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의보통합이 건보재정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지난 80년부터 20년간 줄기차게 얘기해온 사항이다. 내가 반대입장을 표명했을 때는 이미 복지부에서 '김종대 제거작전'에 돌입한 상태였다.(김종대 前실장)

▲법에 따라 집행하는 공무원이 행정부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개진한 것은 직권면직을 자처한 것 아닌가=그전에 이미 복지부에서는 '김종대 제거작전'이 진행되고 있었다.(김 前실장)

▲수가인상을 과도하게 했다는 지적이 있는데=전문기관 용역에 의하면 아직도 의료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다.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의료기관들이 부당청구와 과잉진료 등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의료체계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최선정 前장관)

▲취임이후 건보재정 파탄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 있나=지출이 늘어나므로 수입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최 前장관)

▲의약분업과 건보재정 파탄의 상관관계는=의약분업을 시행하지 않았어도 보험료와 수진율 격차 때문에 재정파탄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노령인구가 늘고 있어 재정위기가 또 올 것인가 하는 문제는 걱정스럽다.(김용익 서울대교수)

▲건보재정 파탄과 관련, 국민들에 사과할 용의가 있나=그건 그렇지 않다. 증가하는 지출에 맞게 수입을 확보하지 않으면 재정이 어려워진다. 나름대로 능력껏 최선을 다해 대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었다.(최 前장관)

▲준비 안된 의약분업으로 건보재정이 파탄났다는 지적에 대해=불가피한 지출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불필요한 지출은 최소한으로 해서 출발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굉장한 아쉬움을 느낀다.(최 前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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