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지원 없는 암센터 존재이유 없어”

국내 암 연구 首長이 현 정부의 수지타산적인 의료가치관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관료마인드의 전환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립암센터 박재갑원장은 최근 발간된(9월호) 국내 某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립암센터는 암과의 전쟁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기관인데 암 전쟁의 사령탑이 남한테 연구비 동냥을 하러 다녀서는 일을 못한다”며 암센터의 자급자족을 요구하는 정부의 방침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 원장은 “美 국립암연구소의 연구비는 매년 40억달러 정도로 그렇게 오랫동안 투자하니까 글리벡같은 백혈병치료제가 나온다”고 전제하고 “반면 암센터의 내년도 연구비는 복지부가 상정한 90억원 중 1/3 이상이 삭감된 25억원으로 책정됐다”며 연구예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박 원장은 외부 용역사업을 통해 연구비를 충당하라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보내라는 임무를 주고 연구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라는 논리”라고 비유하고 “항암제와 암치료 연구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을거라면 국립암센터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며 극한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 원장은 또 “국립암센터는 암 병원 하나 더 짓자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연구소가 핵심이 돼야 하는데 현재 임상시험을 위한 병원만 서고 연구센터는 건물공사를 하고 있다”며 '세계초인류 암연구기관'을 추구하는 암센터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박 원장은 현 정부의 의료정책과 관련, “가난한 사람은 의료보장을 해줘야 하지만 돈있는 사람도 특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획일화된 현 수가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10분의 1의 돈과 인력을 가지고 환자들의 치료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니 병원들이 죽을 지경”이라며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같은 박재갑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정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열정적이며 저돌적으로 추진했던 국립암센터의 향후 정부지원 방향에 대한 확고한 입장표명으로 평가돼 정부와 암센터간 기세싸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박 원장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국내 암 연구를 이끄는 한 사람으로 암 분야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국립암센터의 근본적인 목적은 연구이며 병원도 연구를 위한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재차 강조해 암 연구 분야에 대한 정부의 시각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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