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외자 제약사 등 반대로 2개월째 표류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안정 대책 일환으로 지난 8월 도입, 시행키로 한 '독일식 참조가격제'(고가약제 보험자부담 상한 설정)가 2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그 시행여부 또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참조가격제는 지난 5월 31일 건보재정종합대책 발표시점대로 하면 당초 지난 7월 관련 고시를 제정한 뒤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했으나 정부측 준비부족과 의료계 및 외국계 제약사,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재차 10월경으로 연기된 상태이다.

복지부는 고가약의 무분별한 처방을 막아 건강보험 재정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든 도입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은 국민 부담은 늘고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복지부는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연간 1,661억원의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있으며, 당초 계획대로 8월부터 시행됐을 경우에는 금년에는 415억원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재정절감 효과를 놓고 의료계측은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 하락과 함께 총의료비 증가를 가져오게 되는 문제가 파생되는 한편 국내 의약품 효능군 분류체계가 너무 포괄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더구나 이 제도가 환자 및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임에도 불구, 이에 대한 관련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정작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소지가 높다.

이 제도에 대한 정부측 입장과 찬·반 입장차를 살펴본다.

▲곤혹스런 복지부=복지부는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한 발 물러서 '제한적'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11개 효능군으로 정할 방침이었으나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와 정신질환치료제 등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위궤양치료제와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은 예정대로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준가격을 같은 효능군 의약품의 평균가격으로 정할 지 아니면 평균가격의 75% 수준으로 할 지, 참조가격을 기준가격의 2배로 할 지 아니면 환자 부담이 늘더라도 그 이하로 정할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방침을 확정치 못하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들은 “참조가격제를 실시하더라도 신약을 제외하고 동일 효능군이 아닌 성분군으로 범위를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신약을 제외하거나 동일 성분군에만 적용하면 약제비 절감효과가 거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약제비 절감이냐, 총의료비 증가냐=복지부는 지난 5월 31일 건보재정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연간 약제비 1,661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가약 처방이 줄고 오리지널약의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참여연대측은 “의약품 선택시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며 이는 곧 약제비 부담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또 의사협회측도 “효능군 분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값싸고 효능이 떨어지는 약을 선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의료의 질을 떨러뜨리고 치료기간을 연장시켜 궁극적으로 국민 총의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약을 많이 공급하고 있는 외국계 제약사들은 “매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며 “효능이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은 신약 처방을 억제하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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