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관리에 대한 방심·부주의로 혹독한 대가 치러

한미약품은 그래도 신약개발 희망, 폄하와 의혹, 조롱은 이제 멈춰야

'나도 알았었는데...'

지난해 한미약품 기술수출 대박이 연이어 터지던 시기, 제약 관계자 둘만 모이면 한탄하듯 나오던 이야기 이다. 생략된 뒷말은 물론 '주식이라도 사 둘 걸' 이다. 한미약품 주가가 자고 나면 최고가를 갈아치우던 시기였다. 몇배로 튀긴 주식부자가 주변에서 넘쳐나던 시기이기도 했다.

여기서 '알았다'는 것은 '돌이켜 보니 그런 조짐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틀리지 않고, '주식부자가 넘쳐났다'는 것은 일부분 사실인데 투자속성상 익숙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상식이고, 한미약품에 투자한 제약 관계자들이 많았던 것. 지인이라도 만날라 치면 '너는 뭐했냐?'는 핀잔이 날아들기 일수였던 시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이번 한미약품 기술수출 품목의 계약 해지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혼자만 알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으스대듯 알려준 정보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장일까?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이 통용될 정도로 제약계의 정보관리는 무심했고, 엉성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미 이전에 '대박' 수준의 정보랄 것도 없었고, 이 부문에 관한한 제약계는 무풍지대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재도 '돈'이되는 공매도(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와 판 뒤 나중에 더 싼 값에 되사들여 갚아 차익을 챙기는 전략) 거래가 30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공시지연 시간)에 300억~400억대의 전례없는 규모로 이뤄지며,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손실로 전가되는 상황 발생을 짐작이라도 했겠는가?

한미약품이 다가올 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감이라도 있었다면 불공정공시에 대한 우려 따위(?)로 거래소 공시담당자에게 신약 기술수출의 메커니즘을 이해시키느라 시간 보내고, 회사에 상황보고하느라 허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한미약품 내부는 '멘붕상태'라는 전언이다. 이 와중에 정신줄까지 놓아선 안된다고 스스로를 다잡아온 한미약품이 검찰수사로 내부 직원의 정보유출 정황이 드러나며 큰 충격속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내부정보 유출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그동안 입장이었다.

한미약품은 이번 사태로 한마디로 만신창이가 됐다. 개발 신약(올무티닙)이 함량미달이 아니냐는 폄훼로 상체기 나고, 수출금액을 뻥튀기 했다는 의심을 샀다. 이틀상간의 호재와 악재의 연이은 공시를 놓고 주가조작 의도가 아니냐며 질타를 받았고, 정보유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지경이다.

한달동안 이어진 논란 과정에서 다국적사(베링거인겔하임) 개발 포기가 경쟁사와의 신약개발 속도전에 밀린 탓이 크고, 이는 신약개발 과정에에 흔한 일이며, 신약개발 기술수출액은 개발단계별 마일스톤을 더한 총액으로 산출토록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베링거의 포기 공문 접수시간이 한미가 밝힌 시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 또한 증명됐다.

다만 정확히 29분의 공시지연이 있었고, 그 시간에 의심스러운 무더기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으며, 이로인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았는데 정보누설외엔 설명이 안되는 이 현상은 수사당국이 반드시 규명해야 할 문제이다.

돌이켜보면 만일 그 29분의 공시지연이 없었다면 이 문제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잠깐 방심했다가 이렇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미약품은 여전히 신약개발의 희망이다. 이번 올무티닙의 계약 해지에도 7건 8조원대의 기술수출로 임상과정에 따라 엄청난 금액의 마일스톤이 한미약품 통장으로 입금되도록 돼 있다.

상품화 성공의 경우 품목별로 20년~30년동안 매년 글로벌 매출의 10%대 이상 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왠만한 신약 글로벌 매출이 10조원대 이상이라는 점에 비쳐 품목별로 앉아서 1조원대의 수익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꿈 같지만 실현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물론 진실규명을 통한 철저한 처분은 당연한 것이지만, 국가의 미래먹거리로 부상한 제약·바이오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제 한미약품에 대한 폄하와 의혹, 조롱을 접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 너무 관대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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