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분변잠혈검사 인식개선’ 당부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 대장암검진 사업 1차 검진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분변잠혈검사’의 효율성 극복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극복을 위한 방법과 주장은 차이가 있었지만 토론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분변잠혈검사의 수검율이 낮다’는 것이었다.

수검율이 높아야 사업의 목적이 의미를 갖는 만큼 분변잠혈검사의 낮은 수검율은 결국 ‘대장내시경검사’를 1차 검진방법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자 대한장연구학회 홍보이사인 차재명 교수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대장내시경 검사의 위해와 이익 범위 설정의 중요성, ‘분변잠혈검사’의 오해와 진실을 설명했다.

외래와 국가 단위의 검진사업은 다르다

“분변잠혈검사와 대장내시경을 비교하면 당연히 대장내시경의 정확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는 의사가 개별 환자를 일일이 만나 컨트롤 할 수 있을 때의 경우이며 국가암검진과 외래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 차재명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가대장암검진사업에서 '분변잠혈검사'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수검율의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의 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한 대책마련에 집중 할때라고 강조했다.

차재명 교수는 국민 뿐만 아니라 일부 의사조차 대장내시경검사가 아닌 분변잠혈검사를 1차 검사로 채택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국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검진사업에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면 여러 ‘위해’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차 교수가 언급한 ‘위해’란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들어가는 국가재정 △검사를 위해 1~2일을 소모해야 하는 시간적 비용 △장정결을 위해 복용하던 약물을 중단해야 하는 부담 △수면마취와 관련된 위험성 △개인별 특성 고려 불가능 △의사인력의 과도한 투입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는 “위해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히느냐에 따라 의사들끼리도 시각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장내시경 검사 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만 위해로 보아서는 안된다”며 “단순하게 민감도와 특이도, 진단 정확도만으로 국가대장암검진에서 대장내시경검사가 분변잠혈검사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즉, 국가 단위 검진사업은 무엇이 우월한지를 단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메스스크리닝의 툴로써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위해도가 낮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예를 들어 간편한 대변검사를 통해 대상자 100명 중 20명이 이상 소견을 보여 2차로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과 과정이 복잡한 대장내시경검사를 처음부터 100명중 20명만 받는 것의 엔드포인트(End Point)는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가대장암검진 사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처럼 학계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변잠혈검사의 질 관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더 늦기 전에 수검율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부족한 인식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차재명 교수는 2014년부터 매년 낮아지는 수검율 때문에 분변잠혈검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라며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 국가암정보센터에 공지된 국가암검진 방법 소개 표

먼저 전국민에게 검사의 정확한 목적과 방법을 적극 알리는 것이다.

차 교수는 “분변잠혈검사는 누적효과가 있는 검사이기 때문에 매년 받아야 정확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며 “대장내시경처럼 한번 받으면 몇 년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귀찮아서 1회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수검율이 낮아지고 신뢰도도 함께 하락하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관계학회 모두 검사의 의미와 방법,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관련 세미나 및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검진 대상자 중 최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인원에게까지 검사 알림공지가 일방적으로 전해지고 있어 수검율 수치를 낮추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언급했다.

즉,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센트럴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대장암검진 대상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국가재정과 신뢰도, 수검율 모두에 효과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차 교수는 분변잠혈검사의 정확성에서 정량검사가 정성검사 보다 3배 이상 높은데도 불구하고 현재 검진기관 대부분이 정성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정량검사로의 유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성검사는 임신테스트기처럼 이상 소견의 유무만 확인하지만 정량검사는 정보가 구체적이다”며 “분변잠혈검사를 국민의 신뢰도와 인신개선을 기반으로 선순환의 구조로 전환시켜 오랫동안 국가사업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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