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작은 일에 집착 일침-정치권·시민단체 등 친밀감 형성 필요

경기도의사회 초청 강연회, 정치성향 편향 직능 이익에 불리

"(의사단체들이) 급한 일을 하느라 중요한 일을 안하는 경우가 많다. 중간 쯤 성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다. 중요한 일을 제때하는 사람(단체)이 성공한다. 실패하는 사람은 이것(급한 일)도 안하는 사람이다"

김용익 전 의원(서울의대 교수)이 28일 오전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의사회 학술대회 조찬강연회에서 19대 국회 의정경험을 바탕으로 의료계에 쓴소리를 했다.

김용익 전 의원

김 전 의원이 언급한 '중요한 일'은 '시스템적이고 장기적인 일'로 이해된다.

그는 "단기적인 이익은 결코 장기적인 이익을 보장해 주지 않고 단기와 장기가 오히려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적으로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 손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훈수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도 했다.

김 전 의원은 "행위별 수가가 해당되는 직역에는 급한 문제겠지만 그런 문제에만 공을 쏟다가는 의료전달체계 등 시스템 개선같은 중요한 일을 그르칠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들이 요즘들어 혼란스러운 것은 의사로서의 본분과 경제적 이익 사이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의술이나 윤리 등 의사 본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데 반해 의사들이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욕구 또한 강해지고 있어 생기는 현상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그는 의사나 의사단체가 건보수가나 의약분업 등 의료문제에 집중하면 사고의 폭을 좁히기 때문에 결핵문제나 전염병 같은 거대담론이나 정치권 등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자본을 정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타보건의료단체 등을 꼽았다.

김 의원은 "안과의사들이 안경사 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히고 있는데 이것은 로비로는 한계가 있다. 외국의 안과의사와 안경사의 관계나 교육배경 등을 잘 조사를 해서 반박해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그 후로) 안 해오셨다"며 '합리성 대응 부족'을 짚었다.

그는 "로비로 풀수 있는 것은 수가 일부 조정 등 간단한 것들이다. 하지만 로비만으로 수가체계를 통째로 바꿀 수 없다"며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높은 수준의 정치적 담론이 필요하다. 국회에 의사(醫師)가 많다해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한의사가 정면충돌하고 있는 현대의료기기 문제도 '현상유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양측이 치열하게 싸우면서 분명한 전선이 형성돼 있는데 어느 정치가나 정치집단이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특정직능 편을 들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그는 의사 정치성향도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의원은 "그동안 의료계는 여당을 밀었지만 두번 집권해서 (의료계를) 도와준 것이 없어서 (최근 두번 선거에서) 야당으로 기울었다"고 전제하고 "특정 직능이 일방적으로 특정정당을 지지하면 그 정당은 (집토끼라고 생각해) 그 직능에 신경을 안쓴다"고 말했다.

정당이나 정치인은 우리쪽으로 올까 말까 하는 직능, 즉 신경을 쓰면 우리쪽으로 올 수 있겠다고 판단되는 직능에 집중적으로 신경쓰는 생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김 전 의원은 조언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