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가진 장점으로 치료제 시장에서 한 몫

질환별 치료제 시장 분석-당뇨병 치료제

현재 당뇨병 치료제가 DPP-4 억제제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타 계열 약물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공략 중이다. DPP-4 억제제가 가장 무난한 약제이기에 가장 널리 쓰이고는 있지만 환자의 특성에 따라 더 적합한 약제가 있기 때문이다. DPP-4 억제제가 ‘제너럴(general)’한 약제라면 다른 약제들은 ‘특화된(specific)’ 약제라고 말할 수 있다.

DPP-4 억제제를 제외하더라도 선택권은 많다. 설포닐우레아(SU), 티아졸리딘(TZD), 메트포르민, 인슐린, 알파-글루코시다제(AGI),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 까지 타 질환에 비해 선택의 폭에 있어서는 당뇨병 환자들은 축복(?)을 받은 셈이다. 이렇게 많은 약물이 개발되었다는 건 바꿔 말하면 그 만큼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IMS 데이터 기준으로 2015년에 6300억원에서 올 해 73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제약 관계자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8.4% 성장이 예상되면서 2020년에는 1조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 파이가 워낙 크다보니 일부만을 차지하더라도 소위 장사는 되는 셈이다. 이 중 대표적이며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SGLT-2 억제제, 인슐린, GLP-1 유사체를 살펴본다.

<2015, 2016년 상반기 처방 현황> (단위: 백만원)

계열

제품명

제약사

2015년

2016년

SGLT-2 억제제

포시가

아스트라제네카

4,395

10,679

슈글렛

아스텔라스

0

503

자디앙

베링거인겔하임

0

102

합계

4,395

11,284

인슐린 제제

란투스

사노피

19,792

19,744

투제오

사노피

0

3,229

트레시바

노보노디스크

0

2,309

합계

19,792

25,282

GLP-1 유사체

릭수미아

사노피

0

265

바이에타

아스트라제네카

133

130

트루리시티

릴리

0

8

합계

133

403


◇시장 현황

SGLT-2 억제제, 인슐린, GLP-1 유사체 삼총사(?)의 시장 현황을 살펴보니 처방액(유비스트)을 기준으로 2015년 상반기 SGLT-2 억제제는 44억원에서 2016년 상반기에 112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이어서 인슐린 제제는 2015년 사노피의 란투스가 홀로 197억원을 기록했다가 2016년 투제오와 트레시바의 가세에 힘입어 252억원으로 처방액이 늘었다.

GLP-1 유사체의 경우 2015년 바이에타만이 1억원을 조금 넘겼다가 2016년 릭수미아와 트루리시티의 가세로 4억원으로 성장했다.

DPP-4 억제제의 판매액이 2015년 2500억원이니 그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지만 고무적인 면은 세 계열 약물 모두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 주요 계열 약물 비교


① SGLT-2 억제제


체중 감소, 심혈관 질환 장점 내세우는 SGLT-2 억제제
포시가, 자디앙, 슈글렛 3총사 상반기에 100억 합작

우선 SGLT-2 억제제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들은 인슐린 분비 직접 자극, 포도당 합성 억제, 포도당 흡수 억제, 인슐린 저항성 개선, 인크레틴 효과 개선 등 각각 다른 혈당강하 효과가 있지만 기전적으로는 모두 인슐린에 의존하는 작용기전을 가진다. 반면 SGLT-2 억제제는 인슐린 비의존적인 작용기전을 가진다.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저해함으로써 소변을 통한 포도당의 배출을 촉진, 혈당을 강하시킨다. 때문에 기존 대부분의 경구용 혈당 강하제와 병용해 사용할 수 있다.

SGLT-2 억제제가 내세우는 강점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는 물론 체중 및 혈압 감소에 낮은 저혈당 발생률 등이다.

이런 장점을 인정받아 2015년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의 ‘제2형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메트포르민 이후 2~3제 병용요법부터 SGLT-2 억제제를 사용 가능한 약물로 포함시켰다.

최초의 SGLT-2 억제제 ‘포시가’ 상반기에만 100억 돌파
메트포르민 결합한 ‘직듀오’, DPP-4 억제제와 합친 ‘큐턴’까지 포트폴리오 확장 중

▲ 포시가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는 SGLT-2 억제제 계열 중 국내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선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제품이다. 2014년 9월 급여를 받은 이후 같은 계열에서 경쟁 제품이 없던 호시절을 맞아 2015년 상반기에만 43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6년 상반기에는 드디어 100억원을 넘기에 이르렀다.

아스트라제네카 담당자는 “포시가의 매출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최근 월 20억원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올 해 200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시가는 출시부터 △일관되고 지속적인 혈당 강하 효과 △지속적인 체중 및 혈압 감소 △낮은 저혈당 발생률을 강조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담당자는 “SGLT-2 억제제는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가는 것이 밥 한 공기를 안 먹은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일 만큼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약물”이라며 “리얼 월드 데이터에서도 오래 쓸수록 수축기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다양한 이점(multiple benefit)을 가진 SGLT-2 억제제 중 포시가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경험이 많은 등 SGLT-2 억제제 중 가장 많은 논문을 확보하고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보다 많은 옵션을 제공하고자 최근에는 포시가에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직듀오를 런칭했고 최초의 SGLT-2 억제제+DPP-4 억제제 복합제인 큐턴까지 국내 진출을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유일하게 심혈관계 위험 낮춘 효과 입증한 자디앙
후발 주자이지만 좋은 임상 결과 확보로 향후 성장 기대

자디앙은 SGLT-2 억제제 중 세 번째로 출시됐지만 무서운 막내다. 지난 5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었는데 2개월 만에 1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 자디앙

자디앙은 단독요법, 메트포르민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병용요법, 메트포르민/피오글리타존 또는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 병용요법으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병용요법, 인슐린으로 혈당조절을 못한 경우 병용요법으로 적응증을 승인 받았다.

자디앙은 당뇨병 치료제 중 누구도 갖지 못한 무기가 있다. 바로 심혈관계 위험을 낮춘 데이터다.

자디앙이 지난 해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발표한 EMPA-REG 임상은 당뇨병 치료제 중 유일하게 심혈관계 질환 안전성과 사망률 감소를 입증한 임상이다.

본 임상은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 7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연구로 특히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임상을 통해 자디앙은 위약군에 비해 심혈관계 관련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발생 위험을 14%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철영 교수는 “구체적으로 심혈관계 관련 사망은 38%,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은 32%, 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은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 SGLT-2 억제제 중 유일하게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를 증명해 낸 셈”이라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효과에 있어 이것이 계열 효과인지 특정 약물의 효과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아직까지 데이터를 감소 효과를 입증한 것은 자디앙뿐이기에 경쟁 약제가 이런 부분을 임상 결과로 입증하기 전까지 자디앙의 무기는 녹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인슐린 제제


지난 10년간 인슐린의 대표작 ‘란투스’
업그레이드 버전 ‘투제오’, 저혈당 위험과 주사제 부담 문제 감소시켜

당뇨병 치료에 있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바로 ‘인슐린’이다. 당뇨병이라는 질환 자체가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장 확실한 당뇨병 치료 방법이 인슐린을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 투제오

사노피가 개발한 란투스는 기저 인슐린으로 지난 10년 이상 대표적인 인슐린 제제로 쓰여 왔다. 사노피는 여기에 지난 해 란투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투제오까지 런칭에 성공했다.

사노피 관계자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인슐린은 230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 중 란투스의 지난 해 매출은 600억원 정도였고 지난 해 11월 발매된 투제오는 10억원 정도를 팔았다”고 말했다.

인슐린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직접 인슐린을 주입함으로써 혈당강하 효과에 있어서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이다.

사노피 관계자는 “인슐린을 증가시켜 혈당강하를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에 있어서 이론상으로는 무한대라고 한다”며 “직접 인슐린을 주입하게 되면 베타세포의 수고를 덜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노피가 최근 내놓은 투제오는 신인이지만 신인답지 않은 연륜이 있다. 사노피 관계자는 “15년 가까이 쌓인 경험과 안전성 면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란투스와 투제오는 메커니즘이 동일해 같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투제오는 란투스의 유산을 계승하면서 오히려 디바이스의 개선 등으로 환자가 더 편하게 인슐린을 맞이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사노피는 또 하나의 무기를 준비 중이다. 자사 제품들인 란투스와 GLP-1 유사체 릭수미아를 결합한 ‘아이글라릭시’가 곧 미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사노피 관계자는 “아이글라릭시는 인슐린과 GLP-1이 동시에 필요한 환자가 따로따로 주사를 맞을 필요 없이 한 방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슐린 제제 특화된 노보노디스크의 트레시바
저혈당 위험 낮추고 투여 시간 유연성 높여

인슐린 제제가 가진 강점에도 의사나 환자가 인슐린 제제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야간 저혈당이다. 야간 저혈당이 발생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간 저혈당이 발생하는 것은 혈당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인데 이런 점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기저 인슐린이다.

▲ 트레시바

속효성 인슐린처럼 빠른 효과는 없지만 천천히 균일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특히 노보노디스크의 트레시바는 이런 점을 강점으로 어필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트레시바는 체내 주사 시 ‘멀티헥사머’를 형성해 24시간 균일한 혈당 강하 작용을 하는 기저인슐린으로 혈당 폭을 최소화시켜 기존 기저인슐린보다 야간 저혈당 위험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트레시바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장점은 투여 시간의 유연성이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트레시바는 하루 한 번 어느 때나 투여가 가능하며 보통의 투여 시간 전 또는 후 최대 16시간 이내에만 투여하면 되기에 해외를 자주 다니거나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환자도 안심하고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가 최근 집중하는 제품이 트레시바이기는 하지만 노보는 트레시바 이전인 레버미어와 노보래피드를 통해 인슐린 제제에 있어서만큼은 그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지난 1분기 IMS 데이터에 따르면 트레시바 18억원, 레버미어 96억원, 노보래피드 74억원으로 세 제품 합계가 200억원에 가깝다.

③GLP-1 유사체


주1회 주사로 혈당 조절 가능한 트루리시티
주사제 부담 덜어주는 디바이스와 투여 횟수 줄인 것이 강점

포도당이 장을 자극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게 하는 물질을 통틀어 인크레틴이라고 하는데 GLP-1과 GIP가 대표적인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GIP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강하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해 약물로 개발되지 않지만 GLP-1은 포도당 농도에 따라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는 특징이 있고 저혈당의 위험이 줄어들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 트루리시티

그 중 트루리시티는 동물 유래 성분인 exendin-4를 기반으로 한 기존 GLP-1 유사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재조합 인형 GLP-1 유사체로 평가받고 있다.

트루리시티를 개발한 릴리는 “트루리시티는 주 1회 투여로 기존 GLP-1 유사체 대비 주사 투여 횟수를 줄였고 주사 바늘이 보이지 않아 주사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줄인 제품”이라며 “용량을 조절하지 않아도 되어 주사치료를 처음 시작한 환자들의 99%가 트루리시티 펜을 사용하기 쉽다고 응답했고 97%가 치료를 지속하겠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GLP-1 유사체는 아직까지 인지도나 사용량에 있어 타 계열 약물에 비해 낮은 핸디캡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 향후 시장 전망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것에 따라 DPP-4 억제제를 제외한 타 계열 약물의 성장도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 특히 각 계열만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고 기존에 나타났던 핸디캡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개선점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제약 관계자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 지속적으로 10%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DPP-4 억제제를 포함한 모든 계열의 약물도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며 “제약사들은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기보다 기존에 나온 약물들의 적절한 조합을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는데 앞으로 당뇨병 치료제에도 복합제 바람이 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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