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소수라도 관심 필요…동국대일산병원 이현정, 이승철, 윤형근 교수

동국대학교일산병원에서 지난달 28일 특별한 건강강좌가 열렸다.

강좌는 희귀난치성질환인 기무라씨병(Kimura’s disease)을 앓고 있는 전국 각지의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기무라씨병의 수술적·내과적·방사선 치료법’을 주제로 한 자리다.

강좌를 주최한 동국대일산병원 혈액종양내과 이현정, 성형외과 이승철, 방사선종양학과 윤형근 교수는 평소 기무라씨병 환우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꾸준한 진료를 통해 해당 질환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에 강좌 직후 이현정, 이승철, 윤형근 교수는 일간보사·의학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기무라씨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함께 질환에 대한 연구의지를 밝혔다.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병, 환자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기무라씨병에서 대해 알려진 사항이 적어 전문가가 없다보니 환자들은 결국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기만 하고 있습니다.”

▲ "의사는 단 한명의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이더라도 모른척 하지 말고 연구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기무라씨병에 대해 설명 중인 동국대일산병원 이승철 성형외과 교수, 이현정 혈액종양내과 교수, 윤형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사진 좌측부터)

이승철 교수는 전공의를 지내던 지난 2001년 수술 어시스트를 하던 도중 기무라씨병을 처음 알게 됐다고 언급하며 당시 수술을 집도하던 교수님조차 일반적인 이하선 종양이라 판단하고 절개 했지만 예상과 다른 상황에 당황했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이후 조직검사를 통해 기무라씨병인 것을 알게 됐고 교수님과 함께 국내 연구 자료는 물론 해외논문, 교과서까지 찾아봤지만 관련 정보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무라씨병이 주로 발생되는 지역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권 국가인데다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끼치긴 하지만 장기기능에 이상을 유발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객관적인 보고가 없으며 환자 수 또한 적어 해외에서도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 된 일이 드물다.

그는 “환자수가 많아야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기관이 많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의사가 하지 않으면 환자들이라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과 최대한 많은 환자들의 공통점, 경험, 애로사항 등을 모을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아 지난 10년간 환우들과 소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현정 교수와 윤형근 교수는 기무라씨병이 알려진 것 보다 훨씬 심각한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최근 들어 드물기는 하지만 전신에 혈전증, 폐동맥, 심장마비 등 기무라씨병과 관련된 증례보고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기무라씨병이 악성종양도 아니고 만성적이며 크게 위험하지 않은 질환으로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질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형근 교수 또한 “해외 보고에 의하면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온몸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숨어있는 기무라를 확인한 경우도 있다”며 “이는 머리와 목 부분의 피하조직을 포함하는 부위에 주로 위치한 기무라씨병이 방사선 치료 등을 통해 일부 없어진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완치되지 않는 전신질환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재량에 기댄 불명확한 진단코드, 환자들의 마음은 또 한번 답답하다

“기무라씨병 환자들은 확실한 치료법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의료지 지원도 받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에 민간요법에 기대는 경우도 있습니다.”

▲ 지난달 28일 동국대학교일산병원 명성세미나실에서 기무라씨병 관련 건강강좌가 열렸다. 이날 전국의 기무라씨병 환우 및 보호자 30여명이 서로의 치료경험을 공유했다.

이승철 교수는 지난 10년간 기무라씨병 환우들과의 소통과 협진 치료를 바탕으로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추정으로만 끝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산발적이고 적은 환자 수, 부족한 지원 등으로 확실한 원인과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화가 난다”며 “특히 성형외과 의사다 보니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것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국내 및 해외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접촉을 시도했지만 회신을 받기 힘들거나 의미 없는 일에 집착한다며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동국대일산병원에서 기무라씨병에 관심을 갖는 이현정 교수와 윤형근 교수를 만나게 됐고 내과적 질환이기도 한 해당 병에 대한 그동안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두 교수의 기무라씨병 진료를 지원한 것.

이어 이현정 교수는 기무라씨병의 명확하지 않은 진단코드가 환자치료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보건복지부 고시 제 2016-117호의 5조 희귀난치성질환산정특례대상에 본 질환이 명확하게 지정되지 않았고 희귀난치성질환센터에서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간주하고는 있으나 의료비지원 미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어 의사의 재량권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윤형근 교수 또한 “과거의 기준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의사들, 공단, 통계청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시대에 맞게 기준을 업데이트해야 기무라씨병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세 교수는 “기무라씨병은 희귀질환인 만큼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 원인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연구가 아닌 장기적인 국가연구로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그들은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의사도 모르던 치료법을 만들어 낸 부부의 감동 실화인 ‘로렌조 오일’을 기무라씨병 환우들과 보호자는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혈액종양내과 이현정 교수와 방사선종양학과 윤형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이승철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동 대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쳐 한전병원과 일산백병원 성형외과 과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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