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로만 페레즈-솔라 교수

타쎄바, EGFR 변이에 있어 가장 많이 처방되는 치료제

최근 폐암 치료 영역에서 면역항암제와 같은 신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폐암 치료의 주도권은 EGFR 변이에 반응하는 표적치료제가 쥐고 있다. 지난 10년 이상의 임상 현장에서 그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달 대한암학회 국제암 컨퍼런스에 발표를 위해 방한한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로만 페레즈-솔라 교수(사진)를 만난 폐암 치료에서 표적치료제가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페레즈 교수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폐암 치료 분야에서 EGFR 연구가 어떤 변화를 이루어왔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페레즈 교수는 “30년 전에는 EGFR의 존재를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EGFR 변이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EGFR 연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약 25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25년의 연구 성과를 돌아볼 때 EGFR 분야의 연구야말로 폐암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폐암 치료에서 관심은 면역항암제로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EGFR 연구 분야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페레즈 교수는 특히 타쎄바(성분 엘로티닙)의 기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페레즈 교수는 “폐암 치료 분야 연구를 처음 시작한 1998년 타쎄바에 대한 임상을 할 기회가 생겼고 2상 임상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며 “타쎄바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타쎄바는 처음 개발된 90년대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긴 역사를 통해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한 약제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한-중-일에서 매년 새롭게 폐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80만명 정도인데 이 중 20만명 정도가 타쎄바로 치료했을 때 60~70% 환자에게서 종양 크기 억제라는 좋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페레즈 교수는 “EGFR 변이에 적합한 치료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폐암에는 항암화학 요법만 사용되었지만 타쎄바와 같은 경구 치료제가 나왔다는 점 자체가 놀라운 발전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EGFR 변이 표적치료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성분 게피티닙)다. 실제 한국에서는 가장 많이 처방되는 TKI제제(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타쎄바의 사용이 훨씬 많다. 그 이유는 뭘까.

페레즈 교수는 “두 약물 모두 1세대 TKI제제로 좋은 표적치료제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타쎄바는 화학요법에 실패한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군과의 대조 연구에서 우월성을 입증한 반면 이레사는 ISEL 임상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물론 페레즈 교수는 두 약물을 일대일로 비교한 임상은 없어 어느 약물이 더 우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임상 결과에 기반했을 때 이레사보다는 타쎄바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의사가 많았을 것”이라며 “임상 결과로 인해 미국에서는 타쎄바만이 승인을 받았고 당시 이레사는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상 연구 결과로 보나 FDA 승인으로 보나 타쎄바를 선택할 만한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페레즈 교수는 면역항암제 등의 신약이 분명 반가운 출현이기는 하지만 표적치료제가 쌓아 온 업적과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였다.

페레즈 교수는 “종양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이기 때문에 철저히 데이터를 따라간다”며 “미 FDA 승인은 굉장히 엄격히 이루어지는데 가이드라인은 현재 1차 치료제 타쎄바, 이레사, 지오트립 중 선택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타쎄바를 권고하기 위해서는 일대일 비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임상 시험은 없다”며 “하지만 2차 치료에 있어서는 모든 종양에 대해 타쎄바를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EGFR 변이가 없는 경우에도 타쎄바에 환자들이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면역항암제에 대해서는 폐암 환자에게 또 하나의 옵션이 생겼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럼 궁극적으로 폐암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페레즈 교수는 단호하게 ‘금연’이라고 주장했다.

페레즈 교수는 “80%의 폐암이 흡연으로 생기며 미국 전체 암 사망자의 3분의 1이 폐암 사망자”라며 “하지만 담배 산업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예방과 동시에 비용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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