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외국 의학 수련과정 거쳐야 가능-고유영역 지켜야 국민건강 담보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추무진)은 "1심과 2심에서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결이 났다"며 "외국의 경우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을 위해서는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 2중 면허 취득은 물론 의학 수련과정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은 명확한 무면허의료행위로 불법"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19일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과 관련 상고심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치과의사단체에서 ‘구강악안면 치과의사’는 구강 종양수술과 양약 수술을 하고 있고, ‘구강악안면’이란 단어는 안면부 전체를 의미하므로 치과의사가 눈가, 미간에 대한 보톡스 시술을 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1959년에 ‘대한구강학회’로 설립된 이 학회를 치과의사단체에서 진료영역을 넓히고자 1984년에 '대한구강악안면학회'로 바꾼 것이며, 구강악안면 치과전문의가 배출된 것은 겨우 9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구강악안면외과’의 치료 영역은 얼굴 전반부가 아닌 치아와 턱에 해당하는 부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통상적인 의학용어의 사례에 부합함으로 ‘악안면’을 ‘안면’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 치과의사단체에서 구강악안면외과가 치과의 한 전문과목이므로 치과의사가 안면 전반에 대한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의협은 외국의 구강악안면외과가 순수한 치과의 전문과목이 아니라 의학의 한 분야인 악안면외과와 치학의 한 분야인 구강외과가 융합된 전문과목이 새로 만들어진 것인 반면, 우리나라의 구강악안면외과는 순수한 치과의 영역인 구강외과가 단순히 이름만 구강악안면외과로 바뀐 것으로 의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미국 유수의 대학의 경우는 구강악안면외과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를 모두 갖춘 2중 면허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에는 구강악안면외과가 일반외과, 정형외과 등과 함께 의학의 전문분야에 포함되어 있고, 독일의 경우는 내과, 신경외과, 신경과 등과 동일하게 의학의 한 전문분야로 수련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6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하며 외과, 마취과, 내과 같은 주요과목에 대한 교육과 수련을 필수적으로 의과대학에서 이행해야만 구강악안면외과의사가 될 수 있다고 의협은 강조했다.

의협은 대부분 외국의 경우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를 동시에 취득해야하고, 치과 수련과정 외에 의학 수련과정이 필수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 달리 수련과정이 3년으로 짧고 치과에서만 교육과 수련을 받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요약 설명했다.

치과의사단체에서 치과의사가 미용 목적의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 중의 하나가 2013년에 발간된 구강악안면교과서 3판에 포함된 보톡스 시술을 포함한 미용시술 내용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의협은 반론을 제기했다.

의협은 단순하게 교과서에 포함되어 교육을 받았다고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의료전문가로서 무책임한 발상이며, 보톡스 시술이 단순히 교육만 받았다고 가능한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교과서 2011년 2판까지는 미용시술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다가 3년도 채 안 된 2013년 3판에 미용시술 내용을 포함한 것을 근거로 제시하며 치과의사가 미용 목적의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해당 교과서의 보톡스 원리 및 시술방법을 기술하기 위한 참고한 문헌들이 대부분 치과 관련 논문이 아닌 의료계에서 기술한 논문과 교과서를 근거로 했다는 점은 치과계의 의료계 영역 침범이 사회적 통념을 과도하게 넘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치과학 서적에는 ‘모발이식’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추후에는 이를 근거로 치과의사가 ‘모발이식’도 할 수 있다고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꼬집으며, 추후 치과에서 ‘안면’이라는 이유와 치과학 서적에 ‘안과’, ‘이비인후과’내용을 포함한 후, ‘안과’, ‘이비인후과’진료까지 하겠다고 주장하면 보톡스 문제와 같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치과의 대표적인 시술인 임플란트의 효시는 정형외과의사지만, 의사와 치과의사는 고유의 면허와 업무범위 내에서 해당 전문분야의 역량을 발휘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이바지하도록 의료체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정형외과의사가 임플란트 시술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1월 독일의 최고사법기관인 연방행정법원에서는 얼굴의 주름살 제거를 한 치과의사에 대해 '치과의사는 치아, 입, 턱 부위를 치료할 권한이 있을 뿐, 주름살 제거를 위해서는 그 방법이 무엇이든 의사면허가 필요하다. 따라서 얼굴 주름 치료는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한 내용을 반드시 곱씹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의과와 치과 각각의 분야는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해당 직역 고유 영역을 침범해 국민 보건향상에 역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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