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친근하고 가까웠던 기업인 옥시가 저지른 명백한 잘못과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려 5년 만에 전한 뒤늦은 대표의 고개 숙임의 대가는 참혹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상처를 입고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 피해자들을 외면했던 모습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SNS상으로 대체재 리스트업을 공유하는 등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지 측면에서 이미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을 정도다.

이를 바라보며 의료기기업계도 지금이라도 더욱 긴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시 사태를 보며 혹시 남의 일이라고 판단하고 팔짱을 끼고 있다면 큰 코를 다치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함께.

안전을 등한시한 제품을 쏟아내며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다가는 성장은 커녕 존립 자체도 장담하기 힘든 세상이라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빠른 시장진입과 제도 간소화가 대세가 되고 있는 의료기기업계. 신속화만큼이나 효과 검증이나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임상에 적용돼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당장은 의료기기 시장의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국내 의료산업의 건실화와 해외시장 진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얼마 전 본지가 연이어 단독 보도한 CE 인증 위반 업체 기사를 두고 응원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반응도 있었다.

“굵직한 글로벌 기업도 아닌 규모가 작은 회사를 너무 몰아세운다” “간납업체 등 업계 민감한 이슈를 먼저 건드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일부 규제기관이 문을 닫으며 발생한 오류를 업체에 전가한다”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국민의 건강을 흔드는데 회사의 규모가 무슨 의미이며 업계의 제도 바로세우기가 앞설수 있는가. 다행스러운 점은 식약처와 의료기기 단체들이 개선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벌어지면 늦다. 매년 5월 29일 의료기기의 날마다 강조하는 건강한 미래와 안전한 의료기기 그리고 국민행복을 의료기기 종사자들이라면 모름지기 항상 가슴에 새겨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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