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 전염병 예방약판매·초고령화 사회 등 원인

동물약국이 급격하게 늘어나 3300곳을 넘는 현상이 인수공통전염병 예방약이라는 특성과 초고령화 사회, 늘어나는 애완동물 시장 등으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동물약국협회 임진형 회장은 최근 대한약사회지 봄호에 '동물약국의 성장비결' 칼럼을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이제 구충제를 사기 위해 동물약국에 방문한 사람들은 '사람용 구충제 2개, 4kg된 강아지용 구충제 1개 주세요'라고 주문한다"며 "이는 동물약국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2010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임진형 대한동물약국협회장

임 회장은 2010년도에는 집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가 적었던 동물약국이 2015년 3300개를 넘어 동물병원 숫자와 비슷해진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동물약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상당수가 인수공통 전염병 예방약물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진드기는 개, 고양이만을 골라서 흡혈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함께 있는 사람에게도 전파되기도 하며 흡혈활동을 통해 쯔쯔가무시, 중증열성 혈소판감소증후군, 리케챠와 같은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동물약국을 방문한 보호자들은 진드기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봄철에 진드기 기피, 예방약을 구매하기 위해 동물약국을 방문하게 된다.

또 치사율이 매우 높은 개 전염성 파보바이러스장염을 예방하기 위해 동물약국에서 백신과 파보진단키트에 대해 상담받은 뒤 약을 구입해 가정접종을 하는 경우도 모두 예방의학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보호자들 상당수가 반려동물과 사람의 질병예방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1%에 달하는 빠른 고령화와 9천억원에 달하는 애완동물시장도 동물약국의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화비율은 11%로 본격적인 고령화시대로 진입했으며 2050년에는 3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 회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강아지 약품을 구매하기 위해 동물약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부모들과 함께 온 중·고등학생들이었는데 최근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들이 분양받은 반려동물을 조심스럽게 안고 약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형 회장은 고령화 사회에 따라 동반성장하는 애완동물시장 추세를 살펴보면 동물약국 수요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 가구당 애완동물용품 및 서비스 지출은 연평균 4만 4664원 수준이며 매년 14.3%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애완동물시장이 9000억원 수준이지만 미국은 57조원, 일본은 16조원으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의 사육 트렌드도 반려화, 실내사육, 소형화, 고령화로 집중되고 있다.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시장 자체가 팽창했고 약국에서 동물약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동물약국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대상과 약사를 대상으로 학술적 역량이 강화된다는 점을 들었다.

임 회장은 "지난 2004년 약국가에 동물약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심장사상충, 구충제와 같은 약품들이 공급됐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열기가 식어버린 사례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학술의 부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동물약국(veterinary pharmacy)이 활성화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동물병원에서 알프라졸람, 레보티록신, 인슐린 등 인체용 전문약들이 동물투여를 전제로 처방전발행을 하고 있으며 약국에서 손쉽게 투약받을 수 있다.

미국의 약학대학의 경우 동물 관련 강의는 Veterinary Pathophysiology(수의 병태학), Veterinary Pharmacotherapy(수의약물치료학), Veterinary compounding(수의약품 조제학)정도지만, 실제 필드에서 약사들이 동물약품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학술장치를 마련돼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3년 간 대한약사회와 대한동물약국협회, 그리고 각 약학대학에서 노력을 해, 현재 약학대학에서 동물약학이라는 과목이 개설돼 정기적으로 동물약품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다.

임진형 회장은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동물약국은 누가 밀어붙이지 않아도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며 "그 주인공이 될지 소외될지는 순전히 약사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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