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약사 오너가 답할 차례이다.

26일 있었던 제약협회 리베이트 설문조사와 관련한 이사회의 결론은 아직도 리베이트가 존재하고, 그 리베이트가 뿌리 뽑힐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날 이사회는 예정대로 지난 이사회 설문조사에서 제기된 리베이트 유형을 열람했다. 차기 이사회에선 리베이트 혐의 제약에 대한 설문조사 및 다수 거론된 제약에 대한 명단공개가 이뤄진다.

주목할 점은 리베이트에 대한 단속기관의 서슬이 퍼렇고, 제약계 내부의 자정 목소리가 이렇게 요란한 데도 여전히 리베이트가 존재한다고 제약 내부에서 조차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베이트는 영업실적과 직결된다는 그동안 제약계 정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는 풀이이며, 동시에 그 유혹을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말해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 주말 제약협회 주최로 열린 윤리경영 워크숍에서도 제약사들의 고민의 깊이가 어느정도인지 가늠이 가능했다.

각 제약 CP담당자들을 대상으로 1박2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법률전문가들을 초빙, 사내의 CP위반행위를 가려내는 방법, 위반인지 아닌지 애매한 부분에 대한 판례 해석 등을 공유하고, 우수 CP등급 업체의 CP등급취득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은 더불어 CP 담당자로서의 애환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들은 때론 회사에서 이방인 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영업부서와 지속적인 신경전을 벌여야 하며, 저조한 매출실적이 마치 자신들 때문이라는 눈홀김에 곤혹스럽기도 하다. 직무에 충실해 문제를 적발해 놓고 혹시 외부 단속기관의 처벌 빌미가 되면 어떻게 하나 고민이기도 하다.

이들의 애환은 곧 회사의 고민이기도 하다. CP를 따르자니 실적에 문제가 생기고, 실적을 올리자니 CP위반의 문제가 생기는 식이다.

CP담당자들의 결론은 결국 오너나 CEO의 의지가 윤리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이 CP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은 직원들의 위반행위에 대해 과감히 조치한 때문인데 오너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동아ST가 CP등급 'AA'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대표이사가 CP준수의 최전선에서 지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이경호 회장의 이사회에서의 발언내용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경호 회장은 '문제 업체로 지목된 회사 가운데 어떤 곳은 그 이후 영업형태가 완벽하게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리베이트 설문조사의 효과를 확인한 동시에 오너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베이트 문제와 관련, 제약협회가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이행명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낭독한 대회원 호소문을 통해 "일부 회사의 이같은 행태(리베이트)는 법을 지키고, 리베이트 영업을 하지 않기 위해 불이익까지 감수하고 있는 다수의 동업계 경쟁사들의 고통은 물론, 선량한 이익까지 가로채가는 불법적인 처사"라며 물러섬 없는 단호한 대처를 재천명 했다.

제약계에선 제약협회 이사사 50곳 정도만 CP를 지킨다면 리베이트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판단한다. 제약협회는 이들 50곳 모두가 리베이트를 하지 않는 그 날까지 설문조사에 명단공개까지도 강행할 태세이다. 결국 50곳 제약 오너, CEO들이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임박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그 답이 어떤 것인지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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