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한국이 자랑하는 바둑천재 이세돌 9단과 벌였던 세기의 대결은 제32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16)에서도 여전히 화제였다.

알파고가 부상하면서 함께 거론된 범용인공지능(AGI)과 데이터기술(DT) 모두 최첨단에 중심을 걷고 있는 의료기기 분야 발전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의사들도 수술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파격적(?) 우스갯소리부터, 의료계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빠르게 퍼져 직접적인 치료는 못할지라도 진단 효율을 극대화하는 조언자 역할의 의료기기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모아 순식간에 경험으로 만들어 버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창의성까지 모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우리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주목해야할 점은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앞으로 가까운 미래 우리 인류의 삶에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로봇수술과 빅데이터를 대폭 활용하는 각종 진단기술들 그리고 일부 원격의료까지도 언젠가는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무의식중에 인정하게 만들었던 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산업통상자원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후원으로 전시회장 한편에 마련된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체험관인 ‘미래상상 부스’는 많은 관람객들에 큰 관심을 받았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의료기기 분야와 IT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다. 규제와 보안 문제 및 이해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합의 그리고 정서적인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이젠 시간문제로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단계에 돌입한 것 일수도 있다.

그러나 발전하는 기술 앞에 인간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동시에 끝없는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이다. 환자들의 안전과 공공의료의 가치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의료인들에 여전히 설득력 있는 주장에 대해 이제는 진보하는 기술과 마주하며 바람직한 방향을 함께 찾고 지키는 것 또한 앞으로 업계가 해야 할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알파고와의 대결을 마치고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던 이세돌 9단의 덤덤한 한마디를 쉽게 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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