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같은 수입업자들한테 식약처 공무원들은 신적인 존재예요."

28일 뇌물수수와 성접대로 부산식약청 공무원이 적발됐다는 내용의 보도에서 식품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과연 식약처 공무원들은 '신적'인 존재일까? 옆에서 지켜본 그들은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졌을 뿐 평범한 샐러리맨에 가깝다.

연봉이 오를까 기대하고 아파트 전셋값 상승을 걱정하며 아이 교육을 고민하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누군가에게는 '신(GOD)'으로 불릴 만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대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갓(GOD) 00’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대상에 붙이는 접두어와 같다.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진리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번에 적발된 식약처 직원들도 원래는 평범한 이들 이었을 수 있다. 다만 관리와 감시라는 권력이 부여되자 뇌물을 요구하고 성접대를 받아도 된다는 착각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

물론 일부 직원의 어긋남으로 식약처라는 정부기관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 1000명이 넘는 직원 중 한 두 명의 일탈로 식약처가 그 동안 쌓아온 명성과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옆에서 지켜 본 식약처 직원들은 국민의 식품의약품 안전 사용을 위해 사명을 갖고 희생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문성을 가지고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수행하며 국가에 봉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특이하게 ‘정서법’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전문성이 있다고 해도 비도덕적인 행위가 들통나면 선택되지 못한다. 더구나 공직자라는 신분에게는 더욱 높은 잣대가 적용된다.

그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공직후보 문턱에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과거에 의해 돌아섰는지 기억해보면 알 수 있다.

식약처는 그 동안 식품의약품 안전을 위해 우리가 아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고 그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그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진다. 아흔 아홉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국민은 잘못한 한 가지 일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공무원에게도 교육과 감시가 필요하다. 물론 내부적으로 이런 교육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보여주기식 특별 윤리 교육을 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요원하다.

상시적인 교육으로 공무원 하나하나가 위와 같은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약업계의 최근 화두 중 하나가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다. 리베이트 집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약업계의 반성과 노력이 담겨 있는 단어다.

하지만 현재 공정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해야 할 곳은 제약업계가 아닌 이들을 감시하는 식약처다. 자신이 떳떳하지 못한 상황에서 타인을 관리, 감독하기는 낮 뜨거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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