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300명 줄인 바이엘, 다시 비상식적인 정리해고 신호탄 쏴

최근 회자되는 단어 중에 ‘헬(Hell) 조선’이라는 말처럼 한국은 ‘지옥’(?)에 대비될 정도로 살기가 팍팍한 상황이다. 특히 노동 시장에서는 이런 표현이 부족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경기가 안 좋은 현실에서 기업이 선택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인원 감축이다. 물론 이해는 간다. IT 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하던 업무가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직원을 쓰다가 용도가 다 되면 소모품처럼 가차 없이 버리는 것은 그리 아름다운 기업의 모습은 아니다.

바이엘 본사 앞에 설치된 노동조합의 현수막

다국적제약사 바이엘코리아는 최근 여성건강사업부 소속 3명의 지점장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표면적인 문구는 권고사직이지만 바이엘 노조와 해당 지점장들은 일방적인 해고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권고사직이 이해되지 않는 면은 이들이 그 동안의 실적이나 인사고과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종합적인 판단에 의해 이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는 추상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사직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 측은 “회사에서는 이들이 부리기 쉽지 않은 대상이라고 여겨 이런 비열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말 잘 듣는 직원만 데리고 가겠다는 회사의 앞날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18일 노조는 바이엘 본사 앞에서 ‘바이엘코리아 패륜적 권고사직 도발 저지를 위한 규탄대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무반응이다. 노조의 외침도, 언론의 질타에도 꿈쩍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엘은 지난 3년간(2012~2014) 600명이던 직원을 절반이나 가차 없이 줄인 전력을 갖고 있다.

실제 이전 대표는 이런 업적(?)에 힘입어 러시아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승진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권고사직을 신호탄으로 바이엘코리아 직원들은 다시 잔인한 정리해고의 바람이 일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괘씸한 건 3명 지점장의 권고사직 통보는 대표이사가 참석한 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더 이상의 인원감축은 없다고 약속한 뒤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직원들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거다.

더구나 이런 규탄대회가 있는 와중에 대표이사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 자국으로 떠난 상황이다.

‘사람이 미래다’. 한 동안 광고 카피를 통해 두산그룹이 강조한 시그널이다. 하지만 민망하게도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신입사원에게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바이엘은 2016년을 ‘New 바이엘’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바이엘의 모습을 볼 때 ‘새로운 바이엘’은 직원들에게는 ‘지옥(Hell) 같은 바이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상식적인 현상들이 일어날 때면 머리가 아프다. 이런 머리 아픈 일이 많아서일까. 바이엘의 대표 제품 아스피린은 잘도 팔리고 있다고 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