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 따른 일종의 마케팅 수단

의약품 제도개선 조사 부방위 손덕수 사무관

공정기관 통한 기부금 등 전달로 투명성 확보 필요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이 '리베이트' 등이 횡행 하는 부패지수가 높은 분야로 지목됐지만 막상 조사해보니 이해되는 측면이 적지 않았습니다. 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 상황에서 독자 신약 없이 제네릭으로 승부해야 하는 국내업체들 입장에선 리베이트를 일종의 마케팅수단으로 삼아 생존차원의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지난달 29일 기자와 만난 부패방지위원회 손덕수 사무관은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이같이 나름대로 정의했다.

지난해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등 영향력 있는 외국 상공단체 등에서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부패방지위원회가 연초 대외 국가 신인도 제고분야 중 하나로 의약품 분야를 지목했는데 손 사무관은 의약품 분야의 제도개선 방안 조사를 위해 지난 8월 복지부에서 파견돼 근무중이다.

그는 "부패는 근절돼야겠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개선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리베이트를 일시에 개선하겠다는 과욕으로 충격요법을 쓰기 보다는 제도개선을 통한 단계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의 리베이트 등에 대한 이 같은 시각은 지난달 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서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의약품 유통시장 투명성 제고대책' 보고를 통해 그대로 반영됐다.

김 장관은 이날 의약품거래 및 사용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하는 '의약품종합정보센터 설립' 및 의약품 거래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의약품 구매 전용카드 도입' 등 제도개선에 중점을 둔 대책을 보고했다.

김 장관 보고에는 특히 기부금 등에 대한 양성화차원에서 의료기관·학회 등에 대한 마케팅 비용 인정, 연구비 등은 공공재단 등에 기탁·배분 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는데 이는 손 사무관의 현장감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손 사무관은 "업체에서 특정병원에 기부금을 내려 한다면 직접 제공방식이 아니라 제약협회 등 공정기관을 통해 해당 병원의 필요한 부분에 분배토록 하는 방안"이라고 부연 설명한다.

손 사무관이 리베이트에 대해 현실 인식을 바탕에 둔 일부 양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용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의약분업 전 정부에서 인정해 줬던 약가마진이 분업 후 당초 의도대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 형태로 의사에게로 다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의사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의사나 제약사 영업사원 등 그동안 만나본 많은 관계자들이 리베이트에 대한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실제 제보는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마치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기분이었습니다"

연말께 대통령 보고를 끝으로 업무를 마치고 복지부로 복귀 예정인 손 사무관은 조사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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