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회사는 의사들의 신뢰가 최고가치'

가짜 라벨 파동 뒤 대표 취임…대대적 유통정비 앞장 경쟁력 키워

최덕호 한국백신 사장

제약계에는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백신전문 제약업체 '한국백신'.

한국백신 직원들은 요즘 미래를 생각하면 일이 즐겁다. 불과 2년여전 '가짜 백신라벨 사건'으로 회사가 매각까지 거론되며 휘청였던 때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海)'같은 변화다.

이러한 회사 변화의 한 중심에는 이 회사 전문경영인인 최덕호 사장(46세)이 서 있다.

그는 1년 8개월전 '가짜 라벨 사건' 이후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엔지니어 출신 치고는 보기 드문 사업감각으로 경쟁업체를 제치고 연 30.3%이라는 고도의 성장(7월결산, 매출 351억원)을 이뤄냈다.그것도 소위 '밀어넣기' 하나도 없는 순수 매출로.

사실 매출 신장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가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튼튼한 기초체력을 갖느냐다. 이 부분에서도 그는 1년 8개월만에 회사를 '확' 바꿔놓았다. 백신 의약품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유통시스템 정비를 비롯, 영업 투명성 제고 등 가장 중요하면서 뒤로 미뤄지기 쉬운 일들을 주력한 것.

유통시스템 정비는 지점마다 창고를 개설하고 냉동탑차를 아웃소싱이 아닌 자체 운영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백신회사는 그 특성상 의사의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일반 의약품과 달리 균을 원료로 하는 특수의약품이기 때문이죠. 제품 변질과 거래 불투명 등 유통관리에서 불신을 받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백신은 그동안 지점 창고 개설에 복지부 자문을 받아 발리데이션(유통관리 표준화를 지칭하는 말)을 완성하고, 경쟁 백신사와 차별화되게끔 전국에 냉동탑차를 자체 운영, 백신 유통관리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높였다.

유통 신뢰를 높인 결과는 금방 회사에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세계적인 다국적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한국와이어스가 백신 신제품인 '인판릭스'(소아DTaP백신)와 '프리베나'(폐구균백신)의 국내 판매를 작년 9~10월부터 한국백신에게 맡긴 것.

이런 배경에는 유통 시스템의 대대적 정비 말고도 직원들이 성과를 내는 만큼 인센티브로 충분히 보상해 영업 투명성을 크게 높이고 밖으로는 '밀어넣기'를 하지 않는 거래선 우대전략을 철저히 지킨 것도 요인이 됐다.

이런 덕택에 한국백신은 오전에 주문이 이뤄지면 오후에 약이 신속히 배달되는 체제를 갖췄다.

한국백신은 내년 말이면 수입판매회사에서 정식 제조회사로 거듭난다. 현재 경기도 안산에 첨단 백신제조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

내년말 완공 목표인 안산 백신공장은 총 70억원의 투입돼 앞으로 회사가 최 사장의 말대로 '백신업계의 하이마트'가 되는데 크게 일조할 전망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에서 모든 종류의 백신을 제조할 계획입니다. 이는 한국백신이 머지않아 매출 1000억원대의 백신전문회사로 성장하는데 기초가 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이처럼 회사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는 "오너가 회사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투명한 재정 운영, 그리고 회사내 잉여금,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16년간 근무했던 (주)대상(구 미원)의 풍부한 교육투자 덕이 컸다"고 낮추어 말했다.

그러나 그와 아는 지인들은 그가 의견을 조리있고 명확히 표현할 줄 알며, 조직에 비전을 심어 주고 기업주를 설득하는 소위 리더십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는 연구원 출신에도 불구하고 사업감각이 달랐으며,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고 일에 열정적이며, 자기를 적극적으로 'PR'하는 스타일이었다.

직원들에게 군림하지 않는다는 최 사장은 요즘 회사를 더 키운 뒤 기업을 공개, 그 과실을 직원들에게 나눠준다는 희망으로 아침 7시면 회사에서 가장 먼저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약력] ▲ 1958년 10월생 ▲건국대 공대 미생물학과 학사(85)·석사(90)·박사(2000) ▲(주)미원 중앙연구소 연구원(1984) ▲일본 동북대 교환연구원(88~89) ▲대상(주) 중앙연구소 제약연구실장(99) ▲대상(주) 기획본부 벤처투자팀장(2001) ▲한국백신 개발이사(2001) ▲한국백신 대표이사(2003)

[대외활동] ▲ 보건복지부 중앙약심 생물학제제 분과위원(99~2001) ▲국가과학기술위원회 BT분야 심층평가위원회 위원(2003.10~현재) ▲경실련 과학기술 분과위원(2003.12~현재) ▲건국대 미생물공학과 겸임교수(2004.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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