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엔터테이너화…상업화 속 검증은 '뒷전'

미디어를 공부하다보면 미디어가 가진 파괴력을 설명할 때 즐겨 나오는 컨텐츠가 있다. 바로 걸프전 ‘사막의 폭풍 작전’이다.

1991년 1월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열렸던 작전명령 ‘사막의 폭풍’은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안방에 앉아서 전쟁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맹습하는 모습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흡사 컴퓨터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CNN 방송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이 배제된 화려한 영상이 범람했고, 이를 발판으로 CNN은 세계적인 뉴스 채널로 부상했다. 물론 각계 언론인과 지성들의 비판 속에서 말이다.

이러한 미디어, 특히 방송의 파괴력이 이젠 의료계에까지 침투했다. 그동안 의료계가 품어온 신념과 노력이 세간의 존경과 어우러졌다면, 이제는 엔터테인먼트라는 기조 아래 선대가 쌓아온 노력과 아우라가 허물어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건강지식이 뒤섞여 의사의 이미지를 전도시키고, 그 속에서 상술과 무분별한 시술이 난무하는 상황이 현재의 미디어 속 의사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도 최근 “방송사가 앞다퉈 의료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한 검증이 없어 의료 상업화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더 이상 국민들이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무분별한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의료계와 국민, 위정자들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본 기자에게 한 케이블방송 구성작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었다. 친분이 있던 그 구성작가는 대뜸 “40대 초중반 의사 중에서 인물 잘 생기고 말 좀 잘하는 이를 소개시켜달라”고 말했다.

그 당시 아는 이가 없어 거절했지만, 이젠 ‘비쥬얼 좀 되는’ 의사들은 하나 둘씩 미디어의 광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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