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유통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 대금 결제 의무화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지만 법 통과를 상관없이 아산재단이 협력도매업체들과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면서 의약품 대금 결제를 축소했다.

아산병원 의약품 납품액이 월 200억원임을 감안하면 3개월 대금 결제 축소는 약 6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내 BIG3 병원인 아산재단이 대금결제일을 축소한 것은 향후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게도 시사한 바가 크다.

이들 병원은 모두 6개월이 넘는 대금 결제일을 가지고 있고 도매업체와의 거래에도 확실한 갑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케어캠프를 통해 0.9%의 수수료를 받고 있고 서울대병원도 이지메디컴을 통해 입찰을 실시하면서 0.81%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도매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연케어 지분을 아이마켓코리아에게 수백억원대에 매각하면서 도매업계를 한번 뒤흔들었다.

도매업체들은 언젠가는 세브란스병원과 거래가 종료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등 거래 관계에 불안감을 표명하고 있다.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행태에 대한 국민여론이 크게 부정적임에도 의료기관의 갑질은 요지부동 이었던 것인데 이번에 아산병원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산재단의 이번 대금 결제 축소는 납품 도매업체들의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다. 상하관관계가 아닌 상생구조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것.

아산재단은 대금결제 축소이외에도 도매업체들이 의약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불편한 문제들의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의료기관의 고압적 자세 등 갑질에 신물을 내던 도매업체들은 아산병원의 이번 결단에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약가인하 등으로 인해 약업계가 힘들어졌지만 병원의 이같은 결단으로 뭔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산재단의 도매업체들과의 동반 성장을 강조한 이번 결단은약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파할 수 있다는데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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