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처방전에 의존하고 의약외품 등한시한 결과

최근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모기 등장 시기도 빨라지고 개체 수도 2배 이상 늘었다. 모기 퇴치용 살충제 시장의 성수기인 동시에 시장 확대의 기회를 맞았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약국 살충제 시장점유율은 늘지 않고 있고, 약사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약사들은 여름철 효자상품에서 구색갖추기용으로 전락해버린 살충제 제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업체들의 유통 채널별 이중 공급가 정책을 지목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각 시도지부에 공문을 보내 약국 및 약국 이외 장소에서 판매되는 모기퇴치용 살충제의 사입가와 판매가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 같은 일련의 행위는 곧 약국 내 살충제 매출 하락의 원인을 업체 측 탓으로 돌리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과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일까.


살충제가 마트에서 판매되던 초기에만 해도 에프킬라, 홈키파 등의 제품가격이 약국보다 비싸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지배적이었다고. 즉, 독점적으로 살충제 매출을 올리던 약국의 위상이 판매처가 확대됐다고 한들,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살충제 시장 비중이 약국이 아닌 마트에 치우쳐져 있지만, 판매처가 마트 등으로 확대된 이후에도 마트 공급가 보다 약국 공급가를 낮게 책정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마다 살충제 특수기에 진행되는 묶음 판매가 보편화 되기 시작하면서 마트들이 선공을 펼치기를 수년. 이제 소비자들은 모기퇴치용 살충제를 약국이 아닌 마트에서 찾는다.


이는 의약외품에 대한 약사들의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약국에서 3~4월에 미리 제품을 판매하던 행사도 사라지고, 대형마트와 같은 묶음판매는 약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처럼 뾰족한 대책 없이 마트의 공격에 속수무책 무너진 약국은 행사 시기를 제외한 실제 판매가격이 마트 보다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등 돌린 소비자의 발길을 잡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에 의존도가 늘면서 의약외품을 등한시한 결과"라며 "이미 시장 흐름은 마트쪽으로 기울었고, 앞으로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기들이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가 찾아올수록 살충제 시장을 선점한 마트는 웃고, 주도권을 빼앗긴 약국은 울상을 짓고 있다.


진정한 약국판매 활성화를 위해서는 살충제 사입가·판매가 조사 등 책임소재와 형평성을 따지는 일도 필요할 테지만, 약사 스스로도 자신들이 시장을 지키기 위한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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