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평가업무도 국민 눈높이가 중요'

심사결과 하반기부터 공개…상담예약제 도입

양지선 의약품평가부장

"국민에게 안전하고 우수한 의약품이 공급되도록 하는 의약품 평가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기법이나 홍보도 긴요하다고 봅니다"

식약청의 첫 여성부장에 취임한 지 이달 29일로 한 달 째를 맞은 양지선(楊智善) 의약품평가부장(45)은 PPA 감기약 파동이 의약품이 갖고 있는 고도의 전문성과 일반 국민간의 눈높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놨다.

이화여대 제약학과를 졸업, 서울대에서 물리약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딴 양 부장은 지난 88년 7월 보건연구관으로 특채된 후 일반약리과장, 약효약리과장, 위해도평가과장 등을 역임,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 업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 예측가능한 평가가 되도록 의약품 평가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의약품 심사결과를 올 하반기부터 공개할 방침입니다"

"시작 단계인 만큼 우선 요약분만 공개되겠지만 의약품 평가에 대한 투명성이나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업계간 신뢰를 누차 강조한 양 부장은 식약청이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업무를 하는 만큼 제약 등 관련업계에서도 의약품 평가업무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금 의약품 평가부는 일에 치여 정상 퇴근은 생각조차 못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중노동'보다는 의약품평가가 늦어져 업계가 불이익을 생기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민원인들이 의약품 평가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알지 못한채 전화나 방문을 통해 직원들의 시간을 뺏는 바람에 정작 유효성·안전성 등 본질적인 평가는 퇴근시간 후에나 검토하고 있다는게 양 부장의 고백이다.

양 부장은 이와관련, 서류 양식 등 민원인들이 기본적인 사항조차 문의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민원인 교육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 개설해 상담 전에 안전성·유효성 규정 등 기본적인 사항을 숙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업계가 협력할 것으로 생각하고 '민원상담예약제'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무작정 찾아오지 말고 사전에 담당자와 약속을 잡고 꼭 필요한 상담만 하는 것이 업계를 위한 일이라는 판단입니다"

양 부장은 특히 민원인들이 협조해 상담예약제가 정착되면 직원들에게도 '집중근무제'를 도입해 그 시간에는 결재나 민원상담도 자제하고 의약품 평가업무에만 매달리도록 할 작정이라고 강조했다.

"우수한 의약품 평가 능력은 우리 제약계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식약청이 관련규정 등을 나름대로 국제화했다고 자부합니다. 전체 제약업계의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식약청에 협력할 때입니다. 공정하게 평가되고 평가시간이 단축되면 그 이익은 모든 회사에게 되돌아갈 것입니다"

저녁 10시나 11시 퇴근을 밥먹듯 하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는 양부장은 내년 DMF(원료의약품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라면박스 분량'의 서류가 무려 600건이 접수되는 등 '갈수록 태산'이라며 직원 몇 명이 늘어나는게 '소원'이라는 속내를 비쳤다.

첫 여성부장이 식약청 전체 연구직원의 50%에 달하는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길 기대한다는 양 부장은 "과장때는 다른 과의 업무를 나름대로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장 입장에서 업무를 파악해보니 부족한게 많았다"며 평가부 직원들에게 전문성 증진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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