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 오칠환 교수
고려의대 피부과

"의료영상기술은 틈새만 잘 공략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에요. 자본이 안되면 아이디어로 승부해야죠”

피부과 의사이면서 다수의 국내외 의료영상기술 특허를 보유한 고려의대 오칠환 교수(첨단의료영상진단기기 기반기술 개발사업단장)의 지론이다.

오 교수는 최근 첨단의료영상진단기기 기반기술 개발 과제 책임자로 과기부로부터 100억원의 연구비를 따냈다. 첨단의료영상진단기기 기반기술 개발사업단은 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 성균관대 등 6개 기관 팀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반기술’이란 ‘핵심기술’을 의미한다.

“무수히 많이 떨어진 거 같아요. 워낙에 첨단 기술 분야다 보니 과거 유행한 분야를 전공한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지 않았어요. 팀원들의 대표로서 책임감이 컸는데, 계속 하다 보니 연구비를 받게 되네요”라며 연구비 수혜 과정을 밝혔다.

“의사로서 어떻게 쟁쟁한 대학 공대와 팀을 이루면서 대표 책임자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별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관심을 갖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됐죠”라며 “공대팀은 기술측면이 강하고, 의사는 실제 응용측면에 강한 점이 서로 팀을 이루게 하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올해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에서 ‘입체적 형태 및 색채분석을 위한 표면상태 측정장치 및 그 방법’이란 연구특허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국제적인 의공학 교과서의 집필진으로 참여할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오 교수는 1988년 링클케어 화장품이 한창 개발되기 시작할 무렵, 피부 노화 분야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미국 보스턴대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며, 의료영상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 교수는 지문 인식 기술을 개발한 보도를 접하고, “지문이면 피분데, 내 분얀데...”라는 생각으로 개발자를 찾아가 같이 연구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관심 뿐 아니라 의지 또한 강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한 피부 입체측정 기술을 개발, 특허도 내고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됐다.

“2년전 미국 NIH에 내가 연구하고 있는 3차원 스테레오 의학영상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독립부서가 생겼어요. 그쪽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러나 아이디어로 승부해서 누가 먼저 최고가 되는게 관건입니다. 기술 분야에서 2등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차세대 의료영상진단기기의 핵심기술 10케이스 정도를 프로젝트로 추진하려 하는데, 1~2케이스만 개발에 성공한다면, 반도체와 맞먹는 시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닦고 있고, 후학에서 언젠가 세계적 인물이 탄생할 것입니다”

“조만간 대박을 터뜨리면 선생님 보기 힘들어 지겠네요”라는 기자의 농담에 “아마 그럴 겁니다. 옆 건물 8층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옆 건물은 정신과 병동을 말한다. 오 교수는 간간히 자신감을 표명하면서도 미지의 개발 분야다 보니 스트레스를 은연 중에 많이 받게 된다고 말한다.

조용 조용한 성품에 학자적 스타일이면서도 농담 잘하는 오 교수는 연구자들이 늘 그렇듯 연구자로서의 ‘마케팅’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다. 오 교수는 실제로 몇몇 곳에서 “ ‘1주일에 한 장을 주겠다’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하던데, 쉽지 않은 일을 아무에게나 넘길 수 없어 특허만 팡팡 터뜨려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몇 해 후 외국 학회서 연구결과를 쏟아 부으며 들었다 놨다하면 자연히 굵직한 곳에서 손을 내밀게 된다”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제가 처음 국내 학회에서 의료영상기술 결과를 발표할 때만 해도 진짜 미친 놈 소리 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젊은 의학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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