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전 기술력, 유지·보수 의지 등 따져봐야

EMR이 의료정보시장을 한껏 달군 가운데 도입 전 가격보다는 공급사의 인적, 기술적 인프라를 꼼곰히 다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많은 병원들이 환자 대기시간 단축, 인건비 절감, 병원 경영자료의 신속한 제공 등 장점 때문에 EMR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 기간, 인력 차출 등으로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측에 따르면 정작 더 큰 문제는 유지보수다. 수년 후 경쟁에서 살아남을 업체를 선정하기란 어렵겠지만 적어도 계약시 유지, 보수의 책임 여부는 확실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중소업체들은 LG, 한화, 현대 등 대기업 SI(시스템통합)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축적된 자체 기술력 없이 솔루션 개발을 80%대에 육박하는 계약직과 협력업체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개발원가가 80원이고 가격이 100원짜리 물건을 60원에 샀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면서 "60원을 주고 샀다면 그에 합당한 설계와 시스템을 제공받게 되며, 추후 유지·보수·업그레이드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기업이 60원에 판다면 차액에 따라 낮은 비용의 계약직과 협력업체를 구하게 돼 결국 부메랑 효과를 보게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의 관리·영업조직·임금의 규모를 중소업체들과 비교해봤을 때 원가가 도저히 산정될 수 없는 선에서 결정되고 있다"며 "출혈경쟁으로 솔루션 개발 중소업체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EMR을 도입하려하는 병원은 물론 회사의 인지도도 중요시해야 하겠지만 그보다 이 회사가 자체적인 기술력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추후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할 의지가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진 몇 년 후로 도입을 미루지 않는다면 말이다. EMR에 장애가 발생하면 원무가 마비돼 또 다른 국면의 파업을 맞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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