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대리인 선임 공고…소송가액 확정 잠정 보류

국내 최초의 공공기관 담배소송(진료비 반환청구소송) 가액이 537억원 규모가 유력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본격적인 소송 제기를 앞두고 소송 대리인 선정 절차에 착수해 주목된다.

27일 건보공단(이사장 김종대)에 따르면 흡연으로 암에 걸린 환자 3484명을 치료하기 위해 2003년 이후 10년간 건강보험이 지불한 진료비 537억원을 물어내라는 내용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하기로 26일 결정했다. 소송대상은 시장점유율 1위 담배회사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로 확정됐다.

건보공단은 승소확률을 높이기 위해 소송가액을 당초 검토했던 2302억원에서 500억원대로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1∼2010년 폐암(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에 걸린 환자들 중에서 담배가 발병 원인이라는 점이 비교적 분명한 장기 흡연자를 골라냈다.

대상자들은 건강검진 당시 의사에게 '30년 이상 담배를 피웠고 이 중 20년 이상은 하루 1갑 이상(흡연력 20갑년) 흡연했다'고 답변한 1만3748명 가운데 한국인암예방연구(KCPS)를 통해 흡연 이력이 추가로 확인된 이들이다. KCPS가 사용된 이유는 작업환경 때문에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지 않은 공무원·교직원이 연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고등법원 판결에 의하면 '흡연기간 30년 흡연력 20갑년'이면 담배로 인한 암 발병이 인정된다. 이를 뒤집으려면 담배회사는 작업장 발암물질 등 기타 환경적 요인을 찾아내야 한다. 공무원 같은 화이트칼라의 경우 쉽지 않다.

건보공단이 승소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흡연 경험이 있는 암 환자 개인이 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담배회사와 소송을 진행할 길이 열린다. 패소하더라도 담배의 폐해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분위기만 조성되면 캐나다의 사례처럼 통계만으로 담배회사에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담배소송 근거법안도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소송 대리인 선임공고'를 올리고, 이 날부터 4월 11일까지 담배소송을 대리할 법무법인 1곳을 공개 모집키로 했다. 착수금은 1억3790만원, 청구금액의 40% 이상에서 승소 판결이 났을 때의 성공보수는 2억7580만원으로 책정됐다. 다음 달 11일 공모절차가 완료되면 4월 중 소장이 법원에 접수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소송가액과 소송 대상은 대리인 선임 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대리인 선임 공고에 앞서 소송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소송 전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소송가액 결정을 변호인 선임 이후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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