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장 3년 이야기 '의료 자이로스코프를 꿈꾸다' 탈고

"특정 시기를 끊어서 얘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앞뒤와 단절되기 때문입니다."

▲ 강윤구 심평원장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준정부기관이자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설립된 지 10년째인 지난 2010년 3월에 기관장(CEO)으로 변신한 강윤구(63) 심평원장이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다'는 의미가 녹아 있는 자서전적 성격의 '의료 자이로스코프를 꿈꾸다'라는 책을 탈고했다.

강 원장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지난 3년간 심평원이 의료공급자인 요양기관과 의료소비자인 국민 사이에서 객관적이고 타당한, 합리적이고 신뢰받는 균형추(자이로스코프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진력했다"고 술회한다.

심평원 고객의 양 축인 의료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서로를 불신하는 데서 오는 신뢰의 상실은 균형 추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한 심평원 전직원들의 노력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도 회고했다.

▲의료 자이로스코프를 꿈꾸다
강 원장은 지난 2010년 3월 제7대 원장에 취임한 후 '바른 심사 바른 평가, 함께 하는 국민건강'을 슬로건으로 새로운 심평원 발전을 진두 지휘해왔다. 그는 국민과 의료기관을 모두 생각하는 '자이로스코프(gyroscope)'가 되는 것이 향후 심평원 방향이라고 강조했었다. 강 원장은 "자이로스코프처럼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공정한 심사·평가를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이, 더 깊이, 더 오래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의료계는 물론이고 국민들과의 건강하고 행복한 소통을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밖으로의 소통을 위해 우선 내부소통이 필요했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꿔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상하동료간, 부서간의 장벽을 허물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3년간은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대화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처럼 '의료 자이로스코프'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인 꿈일 수도 있지만,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신념 하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강 원장의 말에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여정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그가 직접 체험한, 그것도 힘들게 경험한 정책과정은 미래의 정책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면 이번에 탈고한 '심평원 3년의 이야기'는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공기관 CEO로서 그간의 경영철학과 인생관을 묻자, 강 원장은 '국민의 부름'이라고 답했다. 심평원장의 경영철학도 결국 국민 부름에 맞게 심평원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며, 본인 스스로도 그간 걸어왔던 인생의 배움을 심평원 CEO로서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심평원의 업무를 언뜻 보면 병원이나 약국에서 잘못된 것을 잡아내고 감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심평원은 병원에서 진료비가 많이 청구되면 그걸 깎을 권한을 갖고 있다. 병원에 대해 갑(甲)으로 군림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강 원장은 더는 갑을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잘하는 의료계를 응원하고 더 잘하자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 심평원의 심사업무입니다. 병원을 누르기만 하면 의료계의 앞날이 밝지 않습니다. 의료 시스템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의료계와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드넓은 우주에서 우주선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자이로스코프'가 되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심평원, 나아가 한국 보건의료행정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그는 춘추시대 초나라 고사성어 중 송무백열(松茂栢悅)를 인용해 향후 청사진을 설명했다. "송무백열은 '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 됨을 기뻐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옆에 있는 잣나무가 기뻐하듯이 심평원은 국민, 의약계 종사자, 요양기관, 보험자, 정부 등이 다 잘되라고 응원하겠습니다."

강 원장은 "더 나은 의료서비스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심평원 노력에 국민 지지와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심평원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강윤구 심평원장은 △1950년 전남 영광 출신 △1969년 광주고 졸업 △1973년 고려대 철학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행정학박사 △1974년 행정고시 16회 합격 △199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심의관 △1998년 보건복지부 공보관 △1990년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장 △2001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사회복지정책실장 △2003년 보건복지부차관 △2007년 순천향대 의료과학대학 학장 △2008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2010년 3월부터 올해 12월 현재까지 심평원 CEO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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