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 최악서 원칙 경영 '한독'이 마진개선 타겟?

을 자처하며 '압박'·'경고' 등 갑 처신도 문제

한독이 도매업계의 공적이 돼 곤욕을 치루고 있다. 도협은 한독 제품 취급 거부, 반품에다 최근 1인시위까지 전방위 압박중이다.

도데체 한독은 무슨 죄를 저질렀을까? 한독이 도매업계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는 표면적 원인은 대표적 저마진 업체라는 것. 그렇다면 한독이 가장 마진이 적다는 것인데 다국적 제약업체 등과 비교할 때 꼭 그렇진 않다는 전언이고 보면 오히려 업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다른 해석에 관심이 쏠린다.

약업계 일각에선 한독의 도매업계에 대한 '괘씸죄'와 '원죄'를 언급한다. 쥴릭이라는 대형 외자 유통의 국내 진출을 도운 '원죄'가 있는 한독이 이번 저마진 업체 선정과정에서 다국적 제약 등 다른 업체들이 협상에 성의를 보이며 몸을 바짝 낮춘 반면 자신들의 어려움를 들어 난색을 표하는 '뻣뻣함'을 보여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

실제 11월 중순 도협이 '저마진 업체 한 곳을 정해 손보겠다'고 의지를 드러낼 당시만 하더라도 몇몇 다국적 제약이 한독에 우선해 손볼 대상으로 회자됐다는 점에서 '괘씸죄'와 '원죄'는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풀이이다.

한독은 그 이후에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자신들의 마진이 도매업계가 주장하듯 최저마진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해 도매업계의 비위를 상하게 했고, 2차례에 걸친 물밑협상에서 도매업계가 만족할만한 마진개선안을 내놓지 못해 도매업계를 화나게 했을 뿐 아니라 자사 제품 불매운동 등에 대해 불법·부당한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불경도 저질렀다.

그런 탓에 본사 정문앞 1인시위라는 추가 징벌을 자초했고, 반품 디데이로 지정된 10일 한독 제품을 실은 수십대 트럭이 본사앞 길목을 꽉 메울 지경에 처해 있다.

왠만한 제약 기업이라면, 적당히 굽히고 공약(空約)이 되더라도 도협 집행부 체면을 세워주며 적당히 타협을 모색했을 것이고, 그랫더라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 시스템을 갖춘 토종 기업'을 지향하는 한독은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순 있겠지만 원칙에 충실한 제약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독은 리베이트 등 최근의 추문과 연관된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일괄약가인하의 대표적 피해업체로 꼽히는 데다 대표품목들이 잇따라 특허만료 되며 외형 및 이익률 모두에서 최근 몇년동안 큰 어려움속에 빠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껏 해줄 수 있는 정도가 '현금결제 시 금융비용 3개월 기준 1.8% 반영' 이나 '한독테바를 통한 마진 보전' 이었을 것이다.

비록 도협의 이번 저마진 개선을 위한 집단행동이 생존권 차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 대상이 최근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한독 이라는 점에서, 특히 '을'을 자처하면서 을의 처신에 맞는 '읍소'와 '사정'이 아닌 '압박'과 '경고' 등 갑의 처신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성에 적지 않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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