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공산품 취급…사회주의적 발상" 지적
DRG 확대 실시를 골자로 한 관계법률안 입법예고 기간이 이달 13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일반 환자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소비자단체측이 강제 시행에 따른 부당성과 문제점 등을 조만간 정부에 공식 제기할 방침으로 알려져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의협(회장 김재정) 주관으로 개최된 'DRG에 대한 대국민 공청회'에서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 회장은 이같은 견해를 밝히고 "의사를 불신시켜 환자를 불안하게 만들기보다 의료계와 소비자들을 우선 설득한 다음 충분한 보완과 검토 과정을 거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기상조론을 펼쳤다.
그러나 의료계와 소비자측의 강력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은 당초 방침대로 오는 11월부터 시행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날 공청회는 DRG 시행에 따른 이견 해소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보다 팽팽한 공방으로 일관된 행사로 평가되었다.
의협주최의 공청회 사상 가장 많은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서울프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행사에선 김재정 회장의 인사말과 주제 발표에 이어 임종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 강길원 심평원 연구위원, 이근영 한림의대 교수(산부인과학), 변재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등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특히 박은철 교수(연세의대 예방의학)는 'DRG제도 강제 시행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DRG 지불제도는 의료의 질은 물론 우리나라 의료 전체를 왜곡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고 "DRG를 시행할 경우 긍정적인 면보다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양질의 의료에 대한 보장 장치를 마련한 다음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임종규 과장은 "질식분만을 제외한 7개 질병군에 대해 오는 11월부터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의 포괄수가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으로 종합전문요양기관(3차 의료기관)은 내년 5월부터 당연 적용하되, 수가 수준을 재평가한 뒤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되풀이했다.
심평원 강길원 연구위원도 "DRG 지불제도는 정부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해 온 정책이므로 검증 작업이 완료된 질병군에 대한 당연 적용은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변재환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00년 11월 28일에 개최된 '병협 주최 학술대회'에서 정부가 검증작업을 거쳤다고 주장하는 연구보고서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평가 자료가 비공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평가 과정에서도 통계적, 논리적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긍정적 효과인 '의료비 증가 억제' 보다 부정적 측면인 '의료의 질 저하' 부분이 더 우려되기 때문에 오히려 완전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근영 교수는 "DRG 지불제도를 전면 시행하기에 앞서 진료비제도 이원화, DRG 전면 시행에 따른 임상적 문제, 의료의 질 저하, 환자의 선택권, DRG 원가 산정 등의 문제가 선결된 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각계 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 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시민단체 대표로 나선 정광모 소비자연맹 회장은 "환자를 공산품으로 취급하는 DRG 정책은 사회주의제도 발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철회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의사를 불신의 타겟으로 삼아 건강보험 재정을 만회하기 보다 '참여 정부' 답게 의사들을 보건의료정책에 적극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며 DRG 문제를 소비자 측면에서 접근하기 위해 곧 복지부 장관을 만날 뜻임을 내비쳤다.
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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