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10년까지 걸려… 위험분담제는 여전히 논의 단계

최근 국내 시장에 활발히 진입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표적치료제들이 약가협상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료제 개발과 함께 국제적으로 표적치료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국내에서도 표적치료제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지만, 식약처에서의 허가 이후 약가가 결정되기까지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이 넘는 기간이 소모되고 있는 것.

세엘진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는 2009년 12월 허가를 받았으나, 여러 차례의 약가협상과 제약사측의 약가인하, 환우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약가협상이 결렬돼 허가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장 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바티스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길레니아’ 역시 2011년 6월 허가를 받았으나 2년이 넘도록 여전히 약가협상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진행성다발성골수종 치료제 ‘졸린자’, 골육종 치료제 ‘미팩트’, 전립선암 치료제 ‘자이티가’, 흑색종치료제 ‘젤보라프’, 골수섬유증 치료제 ‘자카비’, 림프종 치료제 ‘애드세트리스’ 등 다수 품목들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지만, 약가협상이 빠른 시일내에 이뤄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특히 레블리미드의 경우 최근 정부와 제약계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위험분담계약제(리스크쉐어링)’를 적용하자는 것까지 제안됐지만, 정부 측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입하기에 앞서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1월 급여를 받긴 했지만, 한국얀센의 난소암 치료제 ‘케릭스’의 경우 1998년 10월 허가 이후 14년이 넘어서야 보험급여가 이뤄졌다.

또한 표적항암제가 아니긴 하나, 올해 1월 본격적으로 항응고제 시장에 출시된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프라닥사’의 경우에도 2011년 2월에 허가를 받았으나 2년이라는 기간에 걸친 약가협상 끝에 보험약가를 받고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이 같은 약가협상의 연기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약가를 협상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여러 측면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항암제를 비롯해 표적치료제들이 속속 국내에 진입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품목이 고가라는 이유로 약가협상에서 애를 먹고 있다”며 “제약사 측면에서 이는 사업 계획을 세우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KRPIA 역시 신약 가치평가에 대한 기준과 근거가 갖춰져야 제약사로서 신약을 개발하고 진입시킴에 있어 가능성을 예측할 수가 있으며, 혁신성이 인정되지 않은 약가는 환자의 약물접근성을 하락시킨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약가협상에 있어 우선적으로 신약 가치가 인정된 뒤 추후 약가인하가 진행되는 것이 오히려 제약사로서는 불만이 적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내 환경 상 약가는 시장진출에 중요한 요소이니만큼, 지금보다 분명한 기준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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