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노바티스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투여환자에 대한 부담금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한국백혈병환우회의 반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회사 측은 환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대체약물이 마련되기 전까지만 운영키로 했던 데다, 글리벡의 제네릭 의약품들이 출시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환자부담금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불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환우회 측은 사측 결정과 입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글리벡 지원프로그램은 2001년 5월부터 2003년 2월까지 1년 6개월간의 약가인하 요구를 통해 얻어낸 결과이며, 이것이 글리벡 약값을 10% 높여주게 된 원인이 됐으므로 다른 방식을 통해 유지하거나 공단에 반환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나 기관에서는 한국노바티스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결국 양측의 이번 갈등은 감정싸움과 법적 다툼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환우회 측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법적으로 승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사태의 향후 영향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환자부담금 지원프로그램과 같이 직접적으로 지원한 한국노바티스 외에도 일부 제약사들은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단체를 통한 성금지원이나 펀드 운영을 통한 기부활동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환자지원을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가장 비싼 약’이라 불리기도 하는 발작성야간혈색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의 경우 약가협상 과정에서 제약사의 재단후원을 통한 환자부담금 지원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듯 환우회가 반발한다면 향후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번 사례에 비춰 환자부담금 지원에 대해 더욱 조심스럽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는 속담처럼 자칫 환자들을 위해 시행했던 여러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향후 중단 시 환자들의 반발로 인해 오히려 제약사에 대한 인지도나 여론 형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면, 제약사들로선 환자들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 한 번 더 심사숙고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이는 다시 환자들에게 그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국노바티스를 향한 반발이 정당한지를 따지기 이전에, 비록 공산품인 의약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이 제약사라지만 제약사 또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간과한 채 어떠한 무기 없이 단순한 감정적 이유만으로 싸우고자 한다면, 한국노바티스 뿐만 아니라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로 하여금 쉽사리 환자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오히려 한국노바티스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글리벡의 후속약물인 타시그나를 글리벡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공급키로 결정한 것, 만성질환 치료제를 공급하면서도 완치 가능성을 마케팅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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