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의약품을 문제삼아 이전 집행부를 끌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조찬휘 집행부가 잠잠하다.

이른바 ‘약국의약품안전센터’라는 체계 구축을 통해 의약품 부작용 보고를 활성화함으로써,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의 범위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 외에 뚜렷한 대책은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언급된 약국의약품안전센터를 통한 의약품 부작용 사례 접수조차도 약국과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한 활발히 진행될지는 미지수인데다, 안전상비의약품에 대한 부작용이 보고돼 데이터화 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 역시 확신할 수 없어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조찬휘 회장은 지난해 대한약사회장 후보 당시 ‘매년 11월 15일을 ‘약치일(약사 치욕의 날)’로 지정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일반약 편의점 판매를 무력화 시키겠다’ 등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에 강력하게 대응하겠음을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또 이를 무기화해 김구 전 회장 집행부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인춘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회원들의 마음을 사 59.5%라는 예상외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내며 대한약사회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 이후 조찬휘 회장은 무력화 시키겠다던 일반약 편의점 판매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식적 입장도,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조 집행부는 선거 당시 의약품 편의점 판매와 관련해, 의약품 불법 유통 상시감시체계 구축, 의약품 상담 ARS 시스템 도입, 심야응급약국 활성화를 위한 회원과의 소통 등을 제시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3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대책조차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원과의 소통과 관련해서는 권태정 전 심평원 상임감사의 자리약속 각서가 공개되면서, 대회원사과와 권혁구 약사공론 사장내정자의 임명 철회 요구에 시달리며 16개 시도지부장을 필두로 한 약사회원들과 마찰을 빚기까지 했다.

심지어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심야응급약국의 경우, 대한약사회가 아닌 제주도와 대구시, 부천시 등 일부 시도지부 약사회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지난 3월에 출범해 갓 3개월을 넘긴 집행부 초기라 하더라도 선거 당시 가장 큰 화두였던 ‘일반의약품 편의점 판매’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면 출범 이후 마땅히 이에 대해 공식적인 성명이라도 발표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반약을 편의점에 내어줌으로써 훼손된 약사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제는 회원들의 염원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강한 약사회, 행복한 약사회로서 3년 후 임기수행을 마무리할 때 격려의 박수를 받고자 한다면, 대외적 행보보다는 현 시점에서 회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회비인하까지 단행하면서 약국가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지금의 분주함을 인정받으려면, ‘핵심’부터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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