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의대 삼성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는 서울의대 교수 40여명이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한 해외학자의 강의를 경청했다.

 서울대병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펜실베니아의대 임상센터 책임자인 Strom 교수(예방의학과)는 '임상의학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 및 성과'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2시간여 동안 소속대학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소개했다.

 이날 강연에서 Strom 교수는 미국에서조차 과거 소홀히 여겨진 임상의학의 중요성을 어떻게 인식시켜 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병원과 교수들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번 강연이 서울대병원 집행부가 이례적으로 보직교수의 참석을 독려해 한계점에 다다른 국내 임상연구의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고, 전략을 도출키 위한 방편의 일환이었다.

 환자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임상연구를 놓고, 상당수 기초학자들은 아직까지도 '거저 먹는다' '진정한 연구가 아니다' 등의 그릇된 인식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과기부와 복지부, 산자부 등 의과학 분야 관련부처의 각종 연구프로젝트 수탁과정에서 임상의학을 근간으로 한 연구는 기초의학과 자연과학에 밀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연구예산을 거머쥔 정부나 기관이 아직은 "실험실에서 현미경이나 들여다 보면서 수행해야 연구가 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여 임상연구를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따라서 임상연구를 바라보는 과학계와 관련 공무원의 편견이 바뀌지 않는 한 임상의학, 나아가 의학계의 연구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의학연구의 대부분이 다학제연구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임상연구의 활성화'라는 대명제는 이제 일부 대학과 병원의 목표가 아닌 의학계의 공동목표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이라는 중심축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인체의 직접 연구하는 임상의학를 '과학계의 최고봉'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같은 임상연구의 중요도를 재조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 내부의 연구력 강화를 바탕으로 정부 관료 및 타분야 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는 얼마 전 임상의학 활성화를 위해 구성된 서울대병원의 공식 로비단체(?)인 '임상의학연구소 기획협력위원회'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