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약처 직원들은 피곤함을 자주 호소한다.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실제 지난 1월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직원들은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약청이 식약처로 바뀌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인원배치에서 엠블렘 변경 하나까지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여기에 국회의 정부조직법안 통과가 여러 사정으로 미뤄지면서 식약처로의 변화를 위한 업무는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3월 중순 초대 식약처장 자리에 정승 농식품부 차관 출신이 오게 된다.

정 처장의 부임으로 식약처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세졌다. 조직개편에 따른 자연스런 업무 증가에 신임 처장의 꼼꼼한 업무스타일까지 얹혀졌기 때문이다.

처장 임명과 동시에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직원들은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처로 격상되면서 그만큼 정부의 기대치도 높아졌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새 정부가 식품 안전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식약처도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특히 정 처장의 세심한 업무 스타일에 때에 따라선 과격(?)하다고 느낄 정도의 직설적 표현에 직원들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보고자료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고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의문나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담당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기대한 답변이 나오지 않거나 실수라도 할라치면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대부분 실무자들이 처장실 보고를 고역으로 여긴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처장 말씀이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제 막 식약처로 재탄생한 현실에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장으로서, 게다가 대통령까지 강조하는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의욕이 넘쳐 다소 오버할 수도 있다. 그의 입장에선 나름 애환도 없지 않을 것이다. 농식품부에서 잔뼈가 굵어 식품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생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때로는 급하게 서두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좋게 보면 ‘열정’으로 보이지만 다르게 보면 ‘욕심’으로 비칠 수 있다.

며칠 전 식약처의 국장, 과장급 인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식약처 직원들은 이제야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동안 산적해있던 업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처장은 처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들어선 만큼 직원들을 냉정하게 이끌어 가면서도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나친 열정이 과욕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말이다. 이런 모습들이 후에 국민 안전을 위한 열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처장은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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