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약, 오염 주사약에 이어 수량이 많거나 적은 불량상태의 향정신성 의약품(향정약)까지 확인되면서 의약품의 생명인 신뢰도가 위협받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개국 약사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3일 실시한 향정약 불량여부 조사에서 조사대상 9개 제약사 10개 품목 170통 가운데 무려 21.2%인 36통이 명시된 수량보다 적거나 많게 집계되는 등 불량 향정약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모제약사에서 생산한 향정약의 경우 20통 가운데 16통이 기재된 수량과 일치 하지 않았으며 한 통에서는 무려 6정이 부족한 상태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향정약 사후관리에 큰 구멍이 생긴 셈이다.

향정약의 수량 불일치는 그냥 넘기기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향정약 자체가 마약성 때문에 잘못 관리되면 사회적 폐단이 큰데다 취급하는 약사들이 본의 아니게 마약사범으로 몰려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현행법이 향정약은 남아서도 부족해서도 안되는 엄격한 잣대로 처벌을 하면서도 정작 수량 일치나 깨짐 등 사후관리가 부실한 점이 문제다.

특히 이번 사안은 향정약의 불량상태를 접한 일선 약사들이 단체를 통해 줄곧 사후관리의 심각성을 지적해 왔음에도 관계당국이 얼마나 '소귀에 경읽기'식의 대응을 했는가를 보여준 전형으로 기록될 것이다.

열 명의 범법자를 잡은 일보다는 한 명의 억울한 범법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일이 인권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약사회의 이번 향정약 불량상태 조사결과를 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각보다는 단 한명의 억울한 범법자가 생기지 않도록 촘촘한 장치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을 당국자들은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억울한 마약사범을 양산하지 않는지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을 꼼꼼이 뜯어보고 비합리적인 부분이 없는지 따져보는 일이 이번 향정약 조사결과에 대한 보건당국의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수량 불일치 향정약을 생산한 제약사들도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하다면 정도관리를 위한 시설보완 등의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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