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들어오면서 약업계 각종 모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이 상생(相生)이다. 하지만 현재 약업계를 들어다 보면 이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최근 도매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이 온라인 시장을 통해 도매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본력과 시장 지배력에서 우위를 가진 제약사들이 도매업체의 영역을 넘보는 일은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을 놓고 도매-제약사들의 이번 힘겨루기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또한 도매업체들이 자신의 영역이라고 하는 물류, 상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소리도 된다.

도매업체들이 의약분업이후 몸집 불리기에만 신경을 쓰지말고 자신의 영역 개발에 좀더 힘을 집중했다면 제약사들이 과연 온라인 시장을 통해 도매 영역을 넘볼 수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제약사나 도매업체들은 모두 상생에 대해 언급도 많이 하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약가인하라는 파도를 만나면서 동반 성장보다는 이 두 업계가 경쟁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약과 도매업체 싸움은 어떻게 보면 힘의 균형에서 이미 제약쪽에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매업체들이 지금부터 자신 영역 개발에 힘을 쓴다면 제약사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시장을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관들이 유통일원화가 폐지된 상태에서도 직거래하지 않고 도매를 통한 간납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현재 도매협회가 주장하는 온라인 쇼핑몰 완전 철수라는 요구 자체는 시간이 흘러갈 수록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이번을 계기로 도매업체들은 내가 약자니 무조건 내편을 들어달라는 요구보다는 자신만의 경쟁력과 영역을 창출해 살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약가인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도매업체보다 강자 입장인 제약사들의 여유로움과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도매업체들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제약사들도 이같은 도매업체들의 노력을 이해하고 다소 어렵더라도 상생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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