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안 윤리성·의학적 이해 부재

뇌사자 발굴 과정 무시-건수에만 치중

"뇌사자가 특정 병원으로 몰리는 것이 중요하게 아니라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장기이식법 개정안에 대한 취지를 이같이 피력하고 현재로선 입법예고안을 변경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부처의 이같은 입장은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장기이식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뇌사자 발생에 따른 윤리성 문제이다.

지난 2000년 2월 시행된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은 불법매매 근절과 공정분배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뇌사자 발굴과정을 개의치 않은 결과위주의 사고는 병원간 삐뚤어진 경쟁을 불러와 '의료윤리 붕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 법 시행 동안에도 몇 몇 대학병원에서 이식대상자를 바꿔치기 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았던 사실과 KONOS(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동의없이 이식수술한 사례가 발생해 이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해 준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식대기 환자에 대한 의학적 이해이다.

즉, 대기환자가 응급도에 의해 3단계로 구분돼 있다는 점에서 엄격히 말하면 모든 같은 수준의 환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간장의 최우선순위인 1등급 또는 2A 등급으로 판정된 환자는 2주간내에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하게 되나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HOPO(장기적출기관)에 모든 장기우선권이 주어져 타 지역과 병원의 응급 환자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지적한 문제점보다 더욱 큰 모순은 압력(?)에 밀려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이를 강행하겠다는 복지부의 태도이다.

복지부 담당자는 "그동안 뇌사자 감소로 이식건수가 급감하면서 이곳 저곳에서 이에 대한 시정 목소리가 높았고 특히 상부 고위직에 시달려 더 이상.."라며 말끝을 흐렸다.

중앙부처의 성급한 법 집행을 시행 후 바로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일련의 보건의료 정책을 겪으면서 몸소 체험했다.

더구나 법 적용대상자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꺼져가는 생명'일 경우에는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 이의(異意)가 있을 수 없다.

김대중 정부가 제창해 온 생산적 복지가 단순한 수적증가를 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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