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인력 조정·의료질 향상 등 자구책 마련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판독에 따른 객관적 근거제시

최근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진료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학계에도 여과없이 투영되어 전문과목별 명암이 엇갈린지 오래다.

이런 양상은 인기와 실리에만 영합하는 세태도 문제이지만 궁극적으로 시술의 난이도와 전문성을 간과한채 소위 '보험재정'이란 경제논리로 의료정책을 재단해 온 정부 책임 또한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의학계도 여건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을 소홀히 해 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의학계의 이러한 실정은 전공의 정원확보 현황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 일명 '비인기과=미달'이라는 필연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해당 학회들의 시름이 신년에도 이어지며 '보험수가 현실화'의 외침이 공전되는 가운데 일부학회는 중·장기적인 생존전략을 수립하며 재기의 칼을 갈고 있다.

과거 외과분야의 대표적인 인력풀로 불리던 흉부외과는 지난해 10월 추계학회시 발전워크숍을 시작으로 내부적인 자성과 토론을 통해 갱생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흉부외과학회(이사장 김주현·서울의대)는 우선, 현 전공의 정원이 과포화상태라는 분석아래 정원미달로 인한 자연감소분을 유지하며 인구 및 질환통계 변화에 따른 전문의 인력조정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련병원의 엄격한 선정과 더불어 전공의 교육을 강화하여 흉부외과 전공자에 대한 질적 향상을 도모해 향후 정예의 외과분야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특수의료장비설치 및 판독료 문제로 몇 차례 홍역을 치른 방사선의학회(이사장 허감·인제의대)는 전문과 존재이유에 대한 객관적 근거제시와 정도관리를 올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즉, 인구와 질환이 비슷한 두 개의 도시를 지정해 방사선과 전문의에게 판독의뢰 유·무에 따른 질환발생 추이와 의료비 지출현황을 파악해 의료계 내부는 물론 복지부 정책결정시 중요한 참고자료로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방사선의학회 허감 이사장(일산백병원 진단방사선과)은 "방사선과 전문의의 역할이 국민의료에서 있으나 마다한 존재라면 지금이라도 과를 폐지할 용이가 있다"며 "의료질 향상과 의료비 지출감소라는 양득을 취할 수 있는 진료과 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대화와 설득으로 방사선과의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학회의 이같은 자신감은 방사선과 전문의에 대한 역할정립과 더불어 의료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집단으로써의 자부심에서 출발한다.

흉부외과학회 이정렬 총무이사(서울대병원)는 "그동안 국민중심에서 학회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해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표출되는 진료과의 명암이 수 년내 어떻게 바뀔지는 각 학회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각 학회의 향후 진로와 더불어 특히 소위 '잘나간다'는 일부 진료과가 마냥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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