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간 갈등, 명분 아닌 사익에 기인…내부 무질서

의협·의학회 개원가 눈치보기에 급급
"의료계의 사회성 찾기에 찬물 끼얻는 꼴"

가을의 끝자락에 접어선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의료계의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 복지부의 수가인하 방침과 맞물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의료계의 균열조짐은 각 임상과의 제몫찾기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지난 6월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문제로 불거진 진단방사선과와 외과계열간의 갈등을 시작으로 병리과와 진단검사의학과의 자궁암 판독문제 그리고 얼마전 다시 점화된 방사선학계의 판독료 분리주장 및 일부 학회의 인정의 난립 등 학계내 문제점들이 연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이같은 갈등의 이면에는 의약분업 후 악화된 보험재정을 만회하겠다는 정부의 단선적인 정책기조가 자리잡고 있으나 전문과간 전공의수급 불균형과 개원가의 빈익빈 부익부도 중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의료계의 중심축이 기존 대학병원 중심에서 의원으로 전환됨에 따라 의협은 물론이고 대부분 학회 운영도 개원가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이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학회의 역할이 학술연구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회원 옹호를 위한 이익단체로 변모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이와 관련 지제근 의학회장은 얼마전 사석에서 "학회에서 개원가의 입김이 이처럼 강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고 "의원들이 말하는 절대수익이 어느 선인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실제로 방사선의학회의 판독료 부활과 같은 명분있는 주장도 각 학회의 이해와 의협의 눈치보기가 이어지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등 의료계 내부의 무질서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제레미 레프킨는 그의 저서 '엔트로피(entropy)'에서 "어떤 현상이든 간에 그것은 질서있는 것에서 무질서한 것으로,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사용가능한 것에서 사용불가능한 것으로, 차이가 있는 것에서 없는 것으로, 분류된 것에서 혼합된 것으로 진행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분업투쟁 후 조금씩 사회성에 눈떠가는 의료계의 힘겨운 과정이 '사익(私益)'이 아닌 '공익(公益)'으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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