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이간질' 전수-시대정신 소통은 뒷전

보건의료계 '한심하다' 한 목소리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이 30년 공직생활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자리에서 "직능단체와 대립할 때 자중지란을 유도하는 '이간질'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해 시대정신인 소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손 차관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청사에서 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에서 "직능단체와 대립할 때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는 전략을 쓰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보건의료정책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등에 적용하고 있는 '실천 전략'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손 차관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보건의료 직능단체들은 한마디로 "한심하다" 라는 반응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 직능단체 임원은 "국민들은 물론 직능단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정책을 수립할 때는 원칙과 철학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며 "직능단체내에 자중지란을 유도해 특정 직능의 목소리를 무력화겠다는 발상이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의료정책의 실무 총책임자인 차관이 부적절한 접근법으로 직능단체를 관리해왔다는데 놀랍다"고 말하고 "꼼수나 전략적 접근에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한약은 10년내에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손 차관의 언급에 대해 한의계도 발끈하고 있다.

한의계 비상대책위원회 한 임원은 "한약이 고사의 길로 가는 것은 정부가 전통의학인 한의학의 활성화대책을 마련하지 않은데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한약 말살정책을 쓰면서도 (손 차관이) 마치 한약의 고사가 시대흐름인 양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서울의 한 개원 한의사도 "특정 직능의 생사문제를 그리도 쉽게 말하고 있는데 놀랍고 더욱이 직능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고위공직자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데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손 차관의 직능 무시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손 차관은 의약품 리베이트가 보건의료계의 화두가 된 지난 1월 중순 건보공단 특강에서 "리베이트는 잔인하게 끊어 주겠다"고 발언했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볼수 있지만 용어선택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감정이 실린 듯한 뉘앙스가 풍겨 당시 제약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무엇보다도 손 차관의 '자중지란 유도' 등 부적절한 발언은 '소통'이라는 시대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특정 직능의 부침(浮沈)이 달린 보건의료 정책을 직능과 대화없이 '자중지란'을 통해 정부 의도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 손 차관 발언에 고스란히 투영됐다는 것.

손 차관 발언에 뿔 난 보건의료단체가 어떤 반응으로 불만을 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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