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정밀의료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 발간
정밀의료 이점에도 기관별 분절화된 의료데이터와 약제 사용 허들 걸림돌
데이터 공유될 국가 데이터센터 설치 제안..허가 범위 외 항암제 건보 적용도 조언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각 개인의 질병정보를 고려한 정밀의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간 분절된 데이터 공유 및 통합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통합 플랫폼에 의해 각 의료기관의 데이터를 집적해야 한다는 조언이 국회로부터 나왔다.

또한 정밀의료를 통해 채택된 항암제가 허가 범위 외라도 이를 별도 절차 없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정밀의료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정밀의료의 이점, 국내 보건의료데이터 현황, 정밀의료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점과 개선방향을 분석했다.

정밀의료는(Precision Medicine) ‘각 개인의 유전체 정보 환경 및 생활양식의 개인차를 고려하는질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말한다.

유전체정보 분석 기술인 NGS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와 대용량의 개인 유전체 정보를 분석 및 저장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개인의 유전체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희귀유전질환과 암질환 분야에서 정밀의료가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정밀의료가 구현되려면 개인의 유전체 정보 및 의무기록 데이터의 통합, 인구집단 코호트 구축, 클라우드·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술(AI) 등의 축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밀의료의 핵심 요소이자 기반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건의료 데이터의 집적과 활용이다.

제21대 국회에서도 보건의료데이터의 활용과 관련된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으나, 정밀의료 활성화를 염두에 둔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정밀의료의 기초가 되는 보건의료 데이터를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국립보건연구원 등에 전국민의 진료·투약내역, 건강검진 DB와 100만명 표본코호트, 암 발생 통계, 93만명 분의 인체자원 정보 등이 있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은 방대한 양의 전자화된 의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100만명 규모의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 맞춤형 치료와 정밀의료 등에 활용하고, 임상·유전체·건강보험·개인건강기록 등과 연계해 고부가가치 국가전략 자산화를 추진하게 된다. 40개소 대형병원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으로 지정해 임상정보, 검진자료와 사망원인 정보를 환자중심으로 연계, 결합해 연구자에게 개방하는 사업도 추진중이다.

정밀의료는 긴밀하게 연계·통합된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세분화된 질병분류에 따라 환자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을 찾음으로써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정밀의료의 구현과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각 NGS 의료기관 데이터 및 임상 데이터의 기관 간 교류가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환자, 개개인의 진료기록이 여러 병의원에 분산되어 있으며 NGS·임상 데이터가 종합병원 단위로 구축되어 각 의료기관 내에서만 폐쇄적·독점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정밀의료 개념을 실현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통합 빅데이터를 갖추지 못하였다.

민간의료기관에게 NGS·임상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종용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며, 민간부문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밀의료 실현을 가로막는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NGS검사를 통해 특정 발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더라도 그에 맞는 치료제를 즉시 투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폐암을 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한 후 의약품 , 출시 당시의 적응증을 기준으로 치료제를 처방해왔다. 그런데 정밀의료에서는 NGS 분석 기술로 인해 암종을 종양 유전자 돌연변이의 분자적 특성에 따른 아형(EGFR, ALK, RET, KRAS 등)으로 분류하며,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선택하게 된다. 정밀의료의 항암제 선택 방식은 종래의 ‘허가범위’ 기준방식과는 다른 것으로 허가 외의 치료제 사용시 법적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간암 치료제로 시판 허가되어 통용되고 있는 기존의 약제가 암 돌연변이 유형을 기준으로는 특정 폐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제시되더라도, 현재 간암 치료제 처방을 폐암 환자에게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항암제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급여 사전 승인제도를 통해 별도의 기준과 절차를 정하여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을 열어두고 있으나, 임상 현실과는 동떨어진 기준의 획일적 적용, 복잡한 절차, 급여 최종승인까지 장시간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승인여부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허가초과 사용 승인 신청’이 치료제 승인 및 건강보험 급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세 가지 개선방안을 조언했다. 먼저 정밀의료가 활성화되려면 NGS·임상 데이터가 의료기관 간에 개방·공유되어야 하므로 이들의 연계·통합 및 안전한 활용을 관장하는 ‘데이터센터’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핀란드처럼 정부가 주도하여 이러한 통합 데이터 플랫폼에 각 의료기관의 데이터가 집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규제기관에 의해 승인된 정밀의료 전문의료기관에서 NGS 변이 해석을 위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자종양위원회’가 결정한 치료제를 다학제위원회가 심의하여 채택한 경우에 대해서는 ‘허가범위 외 사용’ 항암제일지라도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허가 초과 약제로 건강보험에서 급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말기·난치암 환자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의료기관 간 임상 정보 교류와 공동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법 조사처는 “파편처럼 곳곳에 흩어져 고립되어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가 결합·연계되어 사회 공유 자산으로 기능하려면 집적·개방·활용되어야 할 것이며, 이와 함께 개인 의료정보 활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높일 것이 요구된다”며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원활한 활용을 기반으로 진료 현장에서 정밀의료가 활성화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갖춰진다면, 환자 개개인에 대한 맞춤 진단·치료를 통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심각한 부작용은 감소시키며 더 나아가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어 의료비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출이 감소할 뿐 아니라,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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