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 대비 암세포 1회 약 3배 더 파괴…혈액암 제외 모든 고형암 적용 가능
연세의료원 치료 시작-서울대‧제주대 도입 확정-서울아산병원‧고대의료원 논의 중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의학기술과 산업기술의 융합발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암 정복이 눈앞에 다가왔다. 향상된 술기와 수술장비, 특히 꿈의 치료기로 불리던 양성자치료기를 넘어 중입자치료기까지 방사선장비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암에 대한 완치와 생존율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입자치료기는 기존 양성자치료기와 마찬가지로 방사선 치료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올려 발생하는 에너지를 암 조직에 조사시켜 암세포를 죽인 뒤 방사선 에너지는 소멸하는 특성인 '브래그 피크'를 활용하는 치료법이다.

다만 중입자치료기는 기존 양성자치료기가 이용하는 수소(원자핵 양성자) 대비 12배 무거운 탄소 또는 헬륨과 같은(원자핵과 중성자를 가지고 있는 원자) 무거운 입자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입자가 무거운 만큼 더 큰 힘으로 암세포의 DNA를 파괴할 수 있다.

이에 중입자치료기는 양성자치료기에 비해 1회에 파괴하는 암세포 수가 2.5~3배 정도 높아 치료 횟수가 적고 회복 기간도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중입자치료센터를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 중국,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대만 6개국이 센터를 가지고 있고, 이 가운데 일본이 가장 많은 7곳을 운영 중이다. 중입자치료는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에 적용할 수 있고, 짧은 치료 기간과 낮은 부작용으로 우수한 치료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94년 일본 지바현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에 중입자치료기가 도입될 당시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2006년까지 1600명의 암환자를 치료한 결과 암 완치율을 나타내는 ‘5년 생존율’이 전립선암 87%, 뇌암 80%, 폐암 67%, 간암 57%로 나타나며, 당시 한국 암 평균 완치율이 38%였던 것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효과였다.

이 같은 효과를 목격한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이 도입을 서둘러 운영 중이며, 미국도 최근 중입자 치료센터 설립계획이 나오고 있다. 존스홉킨스병원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오클리닉에서 오는 2026년 시범운영을 목표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로 앞서 국립중암암센터가 지난 2007년 양성자 치료기를 국내 도입한 지 약 16년 만에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치료기를 가동하는 등 상급종합병원들이 중입자치료기 도입계획을 세우며 암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중입자치료기 도입-도입 예정인 세브란스 중입자치료센터, 서울대 부산기장암센터, 제주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중입자치료기 도입-도입 예정인 세브란스 중입자치료센터, 서울대 부산기장암센터, 제주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지난달 연세대의료원의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 16번째로 중입자치료기를 도입‧가동했다. 이와 더불어 서울대병원은 부산기장암센터에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해 오는 2027년 가동한다는 계획이며, 제주대병원도 지난해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을 공식화하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고 중이다.

또한 국내 최다 2700여 병상을 가진 서울아산병원도 2027년 청라의료복합타운에 조성되는 아산청라병원(가칭)에 도입안을 검토 중이며, 고대의료원도 남양주와 과천에 건립 예정인 제4, 5 분원에 도입을 논의 중이다.

연세의료원, 국내 중입자치료 첫발 내디뎌

먼저 연세대의료원이 고정형 중입자치료기를 가동하며 암 정복에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중입자센터에서 60대 전립선암 2기 환자를 대상으로 첫 중입자치료를 시행했다.

이는 연세의료원이 지난 2018년 3월 일본 도시바, DK메디칼솔루션과 중입자치료기 계약을 체결하고 3000여억 원이라는 국내 최고가 의료기기 기록을 세우며 만든 중입자치료기의 본격 가동과 동시에 국내에서도 중입자치료의 첫발을 내딛는 뜻깊은 치료다.

이번에 도입된 중입자치료기는 입자를 고에너지로 가속하는 장비인 중입자 가속기(싱크트론)와 중입자를 환자에게 조사하는 치료기로 구성됐다. 치료실은 총 3개로 1개의 고정빔 치료실과 2개의 회전형 치료실을 갖췄다. 회전형 치료기는 360도 방향에서 중입자선을 조사할 수 있어 정상 장기를 최대한 보호하고, 종양에 집중해 치료 수 있는 게 장점이다.

3만 3000㎡ 규모의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지하 5층~지상 7층)에 설치된 중입자치료기는 지하2층~지하4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크기는 중입자를 가속하는 싱크로트론이 가로 20m, 높이 1m, 회전형 갠트리의 경우 9m의 길이에 무게가 200t에 이른다.

(왼쪽상단부터 반시계방향)중입자 가속기(싱크트론), 회전형 갠트리, 고정형 치료실, 세브란스중입자치료실 조감도.
(왼쪽상단부터 반시계방향)중입자 가속기(싱크트론), 회전형 갠트리, 고정형 치료실, 세브란스중입자치료실 조감도.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중입자치료를 전립선암에 먼저 적용하며 점차 타 고형암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고정빔 치료실 운영을 시작으로 회전형 치료실이 운영되면 본격적인 다양한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중입자치료기 운영을 안정화해 다양한 중입자치료 프로토콜들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센터에 최신 CT 시뮬레이터와 MRI 시뮬레이터를 도입해 사전 모의 치료를 진행해 더욱 정밀한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입자센터의 도입기인 올해는 중입자치료 전용 예약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소장은 “이번 연세의료원의 중입자치료기의 국내 도입이 난치성 국내 암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고 세계적인 대한민국 암 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대병원, 철저한 준비 통해 적응증 등 시행착오 줄일 것

이어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6년 완공된 부산기장암센터에서 2027년 중입자치료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기장군 중입자치료센터는 원자력의학원이 주도했지만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자 서울대병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산시, 기장군 등 6개 관계 기관이 MOU를 맺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약 2600억 원이 투입됐다.

서울대병원도 세브란스병원과 마찬가지로 일본 도시바, DK메디칼솔루션과 중입자치료기를 계약했다. 아직 기기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입자를 가속하는 싱크로트론과 치료실 2개(회전 갠트리, 고정빔), 연구용 빔라인 1개로 구성할 예정이다.

기장암센터는 지하 2층, 지상 2층 연면적 약 1만 3655㎡ 규모로, 도입될 회전 갠트리는 초전도 자석을 활용해 지름 11m, 무게 280톤으로 기존 회전 갠트리 지름 13m, 무게 500톤 대비 크기가 작아졌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2025년 중입자치료 시작을 목표로 했지만, 기본‧중간‧세부설계 등 각 단계에서 정부의 심의‧검토에만 8~9개월이 소요돼 사업이 지연됐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사업이 지연된 만큼 철저히 준비해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입장이다.

사업을 이끄는 우홍균 서울대 암진료부원장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부의 승인에 시간이 걸렸다. 도입이 늦어진 만큼 선량률을 늘려 치료 시간을 줄이는 등의 발전된 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4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세브란스는 물론 해외의 경험이 더 쌓이는 만큼 적응증 등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목표는 췌장암과 같은 난치암 정복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중입자치료기가 이 과정에서 어려움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대병원‧서울아산병원, 중입자치료기 도입 사전 준비 중

아울러 제주대병원은 지난해 7월 도시바 에너지시스템즈&솔루션즈와 MOU를 체결하며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공식화했다.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약 38만 평 부지에 총 5000억 원이 투입되며, 장소는 후보지 2~3곳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이 밖에 지난해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위해 일본의 중입자치료병원과 제작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아산병원은 “청라의료복합단지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중입자치료센터를 건설한다는 방안은, 청라에 있는 병원 터가 비어있어 나온 이야기”라며 “세브란스도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2028년 오픈을 목표로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양성자치료기는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이 각각 1대씩 가동 중으로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돼 연 20회 기준으로 회당 100만 원 선에서 치료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지상 1층~지하 7층, 연면적 8231평, 대지 1500평 규모의 첨단복합의료센터에 들어설 예정으로 이를 통해 난치성 질환 진료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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