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열악한 노동 환경 이유…업무자율성·운영체계성 확보 등 대책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병원에 종사하는 간호사 등 전문인력의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서 업무자율성과 병원운영의 체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문가에 의해 나왔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수한 교수<사진>는 23일 보건의료노조가 개최한 ‘보건의료노조 산별 창립 25년 기념 토론회’에서 ‘병원 종사자들이 병원을 떠나는 원인’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날 김수한 교수는 “병원종사자들의 높은 이직율의 근본적인 원인은 근무조건․업무자율성․ 조직운영의 체계성이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며 “근무조건 개선, 업무자율성과 조직운영의 체계성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산업의 이직율은 높은 편으로, 지난 2018년 보건의료노조가 36개 병원에 대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인 간호사 1만6296명 중 이직한 간호사는 총 2536명으로 이직률은 15.6%로 나타났다. 특히 1~3년차 퇴사자가 66.5%로 확인됐다.

또한 이직을 고려하는 종사자는 보건의료노조 조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에 이직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2018년 전체 응답자의 72%, 2019년 68%, 2020년 67%, 2021년 66%, 2022년 68% 등 5년간 최소 66% 이상 의료종사자들이 이직을 희망했다.

자료: 보건의료산업노조
자료: 보건의료산업노조

직종별로는 간호직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2018년 83.6%, 2019년 79.5%, 2020년 78.1%, 2021년 76.1%, 2022년 78%로 5년간 약 80%에 이르는 간호사들이 최근 3개월 사이에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김 교수는 “연장근무 및 업무과부화와 같은 열악한 노동관행이 이직의향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직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업무과부화와 인력부족, 초과근무, 인력수준 등의 근로 조건의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시간외 근무와 같은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인력충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김수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조건을 통제할 때, 1일 평균 연장근무(시간외 근무)가 증가할수록 이직 의향이 증가했으며, 연장근무의 증대가 업무자율성이 높은 사람에서 이직의도가 더 급격히 증가했다.

이어 그는 공정성과 합리성이 부족한 병원 재직자의 이직의향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며 병원조직 운영방식의 개선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업무 분장, 직무 수행범위, 공정한 근무평가, 인사제도의 공정성과 합리성 등이 부족한 병원에서 재직하는 종사자들이 이직의향이 높다”며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행정 및 업무수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조직 운영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조건을 통제한 상황에서, 조직운영의 공식화 수준이 증가할수록 이직의향은 감소했으며, 업무 자율성에 대한 불만족하는 사람은 만족하는 사람보다 이직의향이 높았다.

더불어 업무 자율성에 대한 불만이 있는 사람은 조직운영의 공식화 수준이 증가해도 이직의향은 크게 감소하지 않아 근로자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조직운영의 공식화를 통한 체계화와 업무자율성의 보장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그는 “재량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자율성에 대한 불만족이 높을수록 이직의향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업무수행의 자율성, 재량을 발휘할 기회를 늘려 종사자들의 역량과 업무 자율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김수한 교수는 “그동안 노조의 주요한 협상과 의제가 임금에 초점을 두고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노조 집행부는 이것을 넘어서 병원조직의 인력운영, 인사평가, 업무역량 향상 등으로 확대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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