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강조 시점서 터진 악재, 업계 재무 상태 확인 및 리스크 긴급 점검
철저한 감시·관리 체계 강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마련…인식 제고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국내 의료기기 생산 실적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대표 엄태관)의 횡령 사태는 2022년 연초 벽두부터 국내 의료기기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상장사의 자금 2000억대를 횡령한 사상 초유 그리고 초대형 사건이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9월 경 해당 횡령이 발생했다고 보고, 12월 31일 재무팀장 이모씨를 상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위 횡령 사실이 공시되자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에 상장적격 실질심사 사유(횡령, 배임혐의 발생)를 이유로 실질심사 대상여부에 관한 결정일까지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과거 최규옥 회장의 횡령혐의로 주식 거래가 중지됐던 사실이 다시금 회자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가족들과 공모해 금괴를 구입하고 가족 명의로 부동산, 회원권 등을 취득했다"며 "회삿돈을 수백억 원 단위로 횡령하는 사건이 늘었는데 가장 큰 범행인 이 사건을 일벌백계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배구조 개선과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고, 그동안 지연된 사업을 재개함으로써 외형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역대급 사건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115일 만에 주식 거래는 재개됐고, 우량한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는 1997년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매출 외형을 늘려왔다. 특히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6%에 달할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26개국 30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본사 딜러영업까지 포함해 총 88개 국가, 158개 글로벌 판매 채널을 통해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해외법인을 50개까지 늘려 세계 1위 임플란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뛰어난 성적과는 별개로 이는 의료기기를 넘어 의료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다시 돌아보는 신호탄이 됐다.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기에는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고, 근본적인 구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유의 영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책임 있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자며 ESG 경영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 터진 악재였다. 의료기기·IT 업체들은 덩달아 재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각종 리스크를 먼저 챙기며 긴급 점검에 나섰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일까? 실제로 감사 시즌과 맞물려 적지 않은 의료기기 기업들이 힘든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더더욱 곱지 않은 시선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등생이라고 사고 쳐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며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는 신성장동력이자 미래 먹거리로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는 시점에도 찬물을 끼얹은 케이스인데, 연관 카테고리 전반에 신뢰도를 깎아 먹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뜩이나 바이오 쪽에 투자가 침체되며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며 “당장 올해만 해도 기술특례 상장에 벽이 높아지며 자금 운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회계 투명성은 절대 뒷전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철저한 감시·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마련을 위해 온힘을 쏟아야한다. 귀찮은 절차일 뿐이라는 경영진의 인식이 바뀌어야 제2, 제3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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