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으로 2050년 연간 1000만명 사망 예측…韓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OECD 3위
정부,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대책 수립…심평원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확대 계획
신규 항생제 경제성평가 면제로 도입길 열려…한국 MSD 저박사 보험급여 적용

[의학신문·일간보사=남재륜 기자] 매년 11월 셋째 주는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으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생제 내성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항생제 내성 감염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정한 날이다.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1928년 영국의 의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고 상용화된 후 감염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은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으로 불리며 세계 공중보건의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항생제의 부적절한 처방과 오남용이 항생제 내성률을 증가시키며 오히려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

WHO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연간 약 12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며 항생제 내성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최대의 보건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도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지난 2021년 11월 발표한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1~ 2025)’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에 사용하는 주요 항생제 내성률이 지속해서 증가 추세이며, 항생제 개발 속도 보다 내성균 발생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에서 한국의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2019년 기준 26.1 DID(인구 1000명당 1일 항생제 소비량)로 OECD 29개국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해 달리는 정부‧약사회‧기업…2025년까지 항생제 사용량 20% 낮춘다

정부는 지난해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수립, 항생제 내성균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2025년까지 인체 항생제 사용량과 비인체 항생제 판매량을 각각 지금보다 20%, 10%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항생제 내성, 함께 극복해요’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올해 인식 주간 행사로 ‘2022년 항성제 내성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 항생제 처방의 적정성 평가 방안 및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한 질병청은 지난 2019년부터 6개 부처가 참여해 조직한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대응사업’ 주관 부처로 항생제 내성 조사연구를 진행해왔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다제내성균병원체자원 전문은행’ 운영을 시작했다. 질병청은 국내에서 분리된 다제내성균 자원을 관련 연구자들에게 제공해,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진단 및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평원은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개선에 나섰다. 감기와 같은 급성상기도감염과 급성하기도감염(급성기관지염 등)은 대부분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항생제 내성 예방 캠페인 참여약국 인증서
▲항생제 내성 예방 캠페인 참여약국 인증서

그러나 지난해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감기와 같은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35.14%, 급성하기도감염 항생제처방률은 56.95%로 나타났다. 이에 심평원은 항생제 내성관리 및 환자안전 강화를 위해 2023년부터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평가 확대를 위해 항생제 사용량 및 노인주의 의약품 처방률 신설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한약사회(회장 최광훈)는 최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에 맞춰 전국 500여개 약국에서 ‘2022년 항생제 내성 예방 캠페인’을 펼쳤다. 특히 질병청과 처음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이라 눈길을 모았다.

이번 캠페인은 약국에서 소아가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처방받은 항생제는 끝까지 복용할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안내하고, ‘항생제는 끝까지 먹어요’라는 스티커를 약포지 또는 투약병에 부착해 주는 방식으로 복약지도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제약사들도 항생제 내성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대표이사 사장 오동욱)은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감염 예방법을 알리기 위해 ‘슈퍼버그 버스’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이 캠페인은 한국화이자제약 호스피탈 사업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캠페인으로, 2019년 슈퍼버그 뮤지엄, 2020년 의료진 대상 디지털 슈퍼버그 버스, 2021년 VR 슈퍼버그 갤러리에 이어 올해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전국민이 항생제 내성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국내 신규 항생제 도입 위한 노력...MSD 슈퍼항생제 '저박사' 급여적정성 인정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항생제와 같이 경제성평가 수행이 곤란하면서 보험급여의 필요성이 있는 약제에 대한 대상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신규 항생제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기존 약제와의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며 신규 항생제 도입에 나섰다.

심평원은 지난 2020년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제 6조의 2항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 항목 중 하나로 항생제를 포함해 항생제 내성 대응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에 대한 첫 결실로 올해 6월 한국MSD의 항생제 저박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평가심의위원회에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올해 10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돼 중환자들의 감염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 승인된 또다른 슈퍼항생제로는 화이자의 항진균제 크레셈바(성분명 이사부코나졸)이 있다. 크레셈바는 넓은 항진균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과 침습성 털곰팡이증 모두 치료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 침습성 털곰팡이증에 적응증을 보유한 유일한 아졸(azole)계열 항진균제이다.

그러나 크레셈바는 향균제인 저박사와 달리 향진균제로 약평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항생제 경제성평가 면제에는 향진균제가 포함돼 있지 않다.

화이자제약 관계자는 “크레셈바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있지만 정책적 한계로 인해 급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성 평가 면제 약제로 포함되지 못해 결국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 급여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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